[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챗GPT의 AI 앱스토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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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알트만은 이달 6일 오픈AI 개발자 행사를 열어 기존 GPT-4보다 강력해진 'GPT-4 터보 (Turbo)'를 발표했다. GPT-4 터보는 4월까지의 최신정보를 학습했고 입력 정보도 기존 3000단어에서 약 300쪽 문서 입력을 허용한다. 그림· 소리 등 멀티미디어도 지원해 더 다채로운 활용이 가능해졌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누구나 코딩없이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노코딩 AI 시대' 개막이었다. 오픈AI는 성공적 애플 앱스토어 모델을 벤치마킹, 'GPT 스토어'라는 AI 앱스토어를 출시해 사용자 스스로 본인만의 챗GPT 버전을 제작할 수 있는 GPTs 플랫폼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재미나 생산성 향상 목적의 개인 맞춤형 GPT를 제작, GPT 스토어에 올려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챗GPT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새로 들고나온 제안들이다. '멋지긴 하지만 어떤 수익모델을 확보할지 불확실하다'는 세간의 의문에 대응해 선례로 검증된 애플 앱스토어식 사업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오픈AI가 기업과 사용자 양쪽에서 모두 수수료 수익을 거두면 생성형 AI 시장의 선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한편, 오픈AI의 새로운 사업모델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AI 기술규제에 대한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EU 의회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사람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명시해야 한다는 AI 규제안을 발의, 위반시 3300만 달러 또는 연간 글로벌 매출의 6%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AI앱스토어 모델의 경우 오픈AI는 단순히 기술과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돼 수수료를 받으며, 규제의 모든 책임은 '노코딩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챗봇'을 개발해 실제 사용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 회사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인터넷 산업 태동기인 1996년, 미국 의회는 '통신품위법'을 통과시켰다. 초기 목적은 '품위'라는 단어로 암시하듯 인터넷에서 포르노 유통을 차단하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이중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으로 불리는 230조는 오늘날 인터넷을 만든 가장 중요한 조항이 됐다. '양방향 컴퓨팅 서비스의 제공자나 사용은 타 콘텐츠 공급자가 제공한 정보에 대해 그 출판자나 발화자 입장의 책임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올린 포스팅이나 댓글의 내용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강한 '면책조항'이다.

전통적 신문사, 출판사, 방송사는 발행하거나 방송하는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 명예훼손 등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30조는 초창기 인터넷을 보호하기 위한 면책조항이었지만 최근 큰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짜뉴스 등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플랫폼 책임성을 외면한 법률이라는 비판이다. 230조가 없었다면 현재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없었을 수 있다. 아랍의 봄과 미투운동 등 긍정적 효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 오픈AI의 새로운 AI 앱스토어 전략은 그간의 의문을 떨치고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 간단치는 않다. 애플 앱스토어는 그야말로 '앱 장터'만 개설하고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장터 특성이 공급자 앱의 기능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GPT 스토어는 단순 '앱 장터' 제공을 넘어 자사 GPT-4를 핵심엔진으로 제공한다. 고도의 튜닝과 특정방식 커스터마이징으로 안정성을 확보한 회사별 맞춤챗봇조차 GPT-4 의존성을 벗어날 수 없다. 플랫폼이 GPT-5로 업그레이드될 때 예측 못한 중대 가짜뉴스 생성으로 미국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책임은 오픈 AI에 있을까 혹은 맞춤챗봇 개발사에 있을까? 노코딩으로 누구나 만들기 쉬울수록 GTP-4 의존성은 더 커진다. 이미 오픈AI 기술로 만든 AI 모델의 접근권을 판매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나 MS와 직접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생성형 AI의 엔진기술과 플랫폼 사이의 충돌이 시작됐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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