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1개 대학 총학생회와 대학원생 대표단이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백지화를 촉구했다. 또 원점 재검토 과정에서 학생을 포함한 미래 세대들과의 소통 강화를 요구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단 브라운백 미팅'에서 전국 11개 대학의 학부 총학생회는 “졸속으로 삭감된 2024년도 R&D 예산안을 백지화하고, 원점 재검토 과정에서 학생 및 연구 현장을 포함한 미래 세대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총학생회는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을 결성, 전국 대학생들의 반대 의사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국회 민주당 예결위원들과의 간담회로,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훈식 의원 주최로 마련됐다. 앞서 강훈식 의원은 지난 2일 서울대 학생들과 간담회에서 대학, 대학원생까지 포함해 더 확장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들 총학생회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학우들의 진로에 대한 삭감이자,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삭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라는 미래의 꿈을 향해 불타던 수많은 학생들의 열정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며 “미래를 향한 꿈마저도 꺾인 수 많은 인재들이 연구와 학문을 향한 꿈을 접거나 해외로 떠나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통 없이 삭감된 2024년도 R&D 예산안 백지화 △원점 재검토 과정에서 학생 및 연구 현장을 포함한 미래 세대와 소통 △향후 유사 정책 준비 및 집행시 충분한 검토와 숙의 과정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학 학부생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의 대학원생들이 예산안 삭감에 따른 우려점도 공유했다. 이들은 우선 교육부 산하 대학에 소속된 대학원생의 인건비 삭감을 지적했다.
오정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은 “과기부 산하 기관에 소속된 일부 대학원생들과 달리 교육부 산하 대학에 소속된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에게는 최저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에 실제로 내년도를 대비하기 위해 일부 연구실에서는 9월부터 인건비를 30% 삭감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인건비 삭감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이미 현장에서는 연구비 삭감을 대비해 단순 반복 작업을 담당하는 테크니션이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행정원들이 해고되고 있는 실태도 밝혔다. 이는 결국 연구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우수한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논문 게재 비용에 대한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봤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과 같은 유명 저널에 연구 성과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평균 15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의 진로가 흔들리고 꿈이 무너진다는 충격을 같이 공감하고 있다”며 “정치나 예산 따위의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이런 자리를 계기로 해서 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예산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강훈식 의원을 비롯해 박재호, 허영, 이용빈, 김승원, 진성준, 이수진, 위성곤, 조응천, 이형석, 김회재, 이소영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