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 3조원대 규모 재난안전통신망 큰 장이 선다. 사업을 준비 중인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 우리 정부 및 기업과 협력을 모색했다. 한국은 재난망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재난망 관련 국제 협의체 설립을 주도 중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 10여명은 경찰청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23 국제치안산업대전'을 참관했다. 공공안전통신망포럼과 국내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해 재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약 50만명에 이르는 정부·공공기관, 국방 종사자가 사용하도록 전용 통신망을 구축한다. 한국과 미국 등이 구축한 재난안전LTE(PS-LTE)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특히 경찰청의 공공안전통신망과 KT 관에 전시된 단말기 지령대와 녹취장비, 보안 솔루션 등도 참관했다. 일반 무전에 활용되는 UHF와 PS-LTE의 연동장치, 5G 재난망솔루션 등을 주의깊게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3조원 규모 사업을 앞두고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가장 앞서 기술을 둘러보고 갔다는데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국내기업과 전문가들은 사우디 재난망 구축사업 지원의지를 확인, 사업 수주에 도전할 움직임이 포착됐다. KT, SK텔레콤, 삼성전자, 사이버텔브릿지, 에이엠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은 재난망 구축·운영경험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난망 전문가는 “사우디 핵심 관계자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며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공안전통신망포럼은 지난 20일 행사현장에서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DR)과 '2023 공공안전 서밋' 콘퍼런스를 개최, 글로벌 재난망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행사에는 한국과 UN을 비롯 미국, 독일,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핀란드, 베트남 등 총 9개국 재난안전 전문기관이 참여해 글로벌 협력과 재난망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한국은 세계 최초 구축한 PS-LTE 구축·운영 사례를 선보였다. 넓은 커버리지와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반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참여하는 통합망 경쟁력을 소개했다.
미국 퍼스트넷은 LTE를 활용, 5년간 500만개 넘는 기기와 200여개 넘는 앱을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국토 99%이상 커버리지에 590개 기기를 활용하고, 산불 등 위급 상황에서 즉시 배치 가능한 이동형 기지국 등 150여개 이상 자산을 보유한 강점을 선보였다.
독일은 현재 테트라망을 기반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전국 재난망을 사용하고 있으며, 2032년 이후 LTE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대표단은 재난망에 위성통신 접목 계획을 설명했다. 9개국은 한국 주도로 재난망 기술 진화와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도 만들기로 했다.
포럼 좌장을 맡은 강성주 세종대 교수는 “재난망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국제기구가 만들어지면 산업생태계와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철 행정안전부 예방정책실장은 “재난의 사전예측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국가별 정보기술 기반 다양한 응용서비스 개발과 재난안전 서비스의 국제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공공안전통신망 서비스 활성화와 미래 전략 그리고 글로벌 기관 간 상호협력 강화를 향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