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기술 경쟁' 치열
SK바사, 3년 만에 백신 생산 재개
'스카이셀플루' 세포배양 방식 특화
CSL시퀴러스, 민간시장 경쟁 참여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독감이 1년 넘게 장기 유행 중인 가운데 독감 백신 공급업체가 늘어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CSL시퀴러스가 국내 독감 백신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 추워지자 독감환자 유행 기준 2배 이상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1~7일(40주차)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4.6명이다. 9월24~30일(39주차) 20.8명에 비하면 비교적 줄었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만큼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유행기준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6.5명으로 환자 수가 여전히 유행 기준 2배 이상이다.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7월 23~29일(29주차) 17.3명을 기록하며 무섭게 퍼졌다. 그러나 35주차 10명으로 다소 안정화됐다. 하지만 9월 3~9일(36주차) 11.3명에서 39주차 20.8명으로 확산했다. 특히 9월 개학 이후 인플루엔자 유행이 증가 중이다. 질병청은 앞으로 인플루엔자 유행이 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다. 내년 4월 30일까지 어린이와 임산부, 65세 이상은 지정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이외 일반인은 의료기관에서 유료 접종이 가능하다.
독감은 일반 감기보다 증세가 심하고 발열, 전신 통증, 근육통, 두통, 상기도 또는 하기도 염증 등이 생긴다. 일반 감기에 비해 독감은 특히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만성질환자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에 따른 면역력이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생기기 때문에 늦어도 11월까지는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발생하는데 A형과 B형이 독감을 일으킨다. 독감 증상이 발생한 후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사람이 독감에 걸렸을 때는 대개 3~5일 지나면 호전되며 1~2주 이상 지나면 대부분 완쾌한다. 하지만 독감에 걸린 후 고열이 심해지면서 호흡곤란, 누런 가래가 나오는 기침을 하면 폐렴이 의심되므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독감 백신으로 예방…민간 시장 경쟁 치열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은 약 3000만 도즈로 예상된다. 이 중 1121만 도즈 물량을 차지하는 1차전은 공공에서 이뤄졌다.
정부가 구매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 총 공공백신 조달물량은 1121만 도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사노피, 한국백신, 녹십자, 일양약품, 보령바이오파마 등 6개 기업이 확정됐다. 이중 SK바이오사이언스 공급 물량은 전체 물량의 21.6%(242만 도즈)로 가장 많다. 이어 사노피(200만 도즈, 17.8%), 한국백신(175만 도즈, 15.6%), 녹십자(174만 도즈, 15.5%), 일양약품(170만 도즈, 15.2%), 보령바이오파마(160만 도즈, 14.3%) 순이다. 사노피는 유일하게 외산 업체 중 공공시장 입찰에 성공했다.
올해 특징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중단했던 독감 백신 생산을 3년 만에 재개한 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빠지면서 녹십자가 큰 수혜를 누렸으나, 올해 돌아오면서 NIP에서 물량이 대폭 줄었다. 올해 NIP 시장에서 녹십자 공급량은 지난해(496만5090도즈)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2차전은 병·의원에 개별적으로 공급하는 약 2000만 도즈에 달하는 민간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은 9개사 11개 품목이다. 국내 8개 품목, 수입 3개 품목으로 구분된다. 독감 백신 계약 단가는 1도즈당 1만원대로 형성돼 민간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시장에선 △보령바이오파마 △보령 △녹십자 △한국백신 △일양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사노피파스퇴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메디팁(CSL시퀴러스) 등이 경쟁한다.
독감 백신 판매는 주로 기업 영업력에 좌우된다. 국내 기업만큼 영업력이 탄탄하지 않은 해외 업체인 사노피와 GSK는 TV광고 등으로 독감 백신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사노피는 독감 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를 프랑스 내 생산시설에서 원액부터 포장까지 완료해 수입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공급한다. 지난달부터 '알면 알수록 박씨그리프테트라'라는 주제로 광고하는 중이다. 영유아·임신부·심혈관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개별 연구를 내세웠고, 6개월 이상 전 연령 대상 대규모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모두 효능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GSK 독감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도 9월부터 배우 차인표가 등장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 공중파 및 케이블TV, 유튜브, 수도권 버스, 전국 엘리베이터 광고 채널을 이용한다. 영유아·고령자·만성질환자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입증했다는 내용이다. 플루아릭스테트라는 국내 4가 독감 백신 중 최초로 생후 6개월 이상 영아 대상 접종을 승인 받았다. 전 연령대 0.5㎖ 동일 용량 제형으로 접종 가능하다.
◇독감 백신, 유정란 vs 세포배양 방식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는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제품이다. 현재 국내서 접종 가능한 독감 백신은 유정란 방식(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과 세포배양 방식(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이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 또 유정란 방식 대비 생산 기간이 짧아 대유행 등 유사 시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다.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 방식과 달리 최첨단 무균 배양기로 생산하기 때문에 항생제나 보존제 투여가 불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매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당해년도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독감 백신 균주 리스트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제조하면 유정란을 사용해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낮다.
세포배양 방식이 유정란 방식보다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과 백신에 활용된 바이러스 유형 일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2월 WHO가 실제 유행하는 A형 H3N2 독감 바이러스와 실제 독감 바이러스를 비교 조사한 결과 세포배양 바이러스는 91%, 유정란 배양 바이러스는 44% 일치율을 보였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