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자동차 회사가 폰을 만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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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테슬라도 스마트폰을 출시할까? 애플카 출시 계획은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지만, 얼마전 스웨덴 전기차 회사 폴스타가 스마트폰 기업 메이주를 인수했고, 9월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는 니오폰을 출시했다. 왜 자동차 회사는 스마트폰을 만들려 하고, 스마트폰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려고 할까?

중학생 때 전자부품을 구하러 청계천 상가에 자주 다녔다. 온 상가를 돌며 트랜지스터, 저항, 콘덴서와 만능기판, 전선, 땜납 등을 구해 라디오나 앰프를 만들곤 했다. 당시 '라디오와 모형' 같은 잡지나, '007 시리즈'를 참고해 아침에 해가 뜨면 커튼을 자동으로 여는 광센서-모터 장치나, 자동차 무선조정기를 만들었다. 전자부품 몇 가지와 전선만 있으면 멋진 장난감을 무한정 만들 수 있었다. 때로는 전파방해기나 감전기 같은 악동의 장난감을 만들었다. 감전기는 1.5볼트 건전지 전압을 40볼트로 증폭하는 장치로, 사람을 가볍게 감전시켜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위험한 놀이였다. 트랜지스터보다 출력이 큰 진공관으로 무전기를 만들다가 경찰에 추적당했던 진땀나는 경험도 했다. 당시엔 특정 주파수 외에는 민간인 사용은 금지라는 사실을 몰랐다. 중학생이었으니까.

고등학생이 됐을 때, 조금 새로운 트렌드가 눈에 띄였다. 하나는 IC칩과 같은 복잡한 집적회로의 출현이었고, 다른 하나는 일명 '만능키트' 같은 '모듈화 부품'의 출현이었다. 예전처럼 용량을 맞춘 트랜지스터, 저항, 콘덴서들을 하나하나 땜질로 이어붙이지 않아도 됐다. 용량을 조절가능한 모듈들을 마치 레고블록 쌓기처럼 이렇게 연결하면 앰프가 되고 저렇게 튜닝하면 무전기가 됐다. 한쪽에 마이크나 빛, 온도, 습도, 전파 센서를 달고 반대편에 스피커나 모터같은 동작기를 달면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 사실 모든 전자제품은 본디 하나였다, 용도가 다양할 뿐. 하나의 범용 하드웨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만 얹는 것임을 깨달았고, 그것이 미래였다. 8비트 컴퓨터의 출현은 모든 전자제품이 결국 하나로 수렴할 운명임을 천명했다. 한동안 라디오, TV, 전화기, 녹음기, 녹화기, 게임기, 네비게이션 등을 다 따로 구매하고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왜 이 많은 전자제품들을 다 따로 구매하지? 그냥 다 하난데? 스마트폰은 모든 전자제품을 하나로 대통합했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아이폰 출시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15년 전, 경영대 학장이시던 조동성 교수께서 “다음번 충격파는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셨다. 난 “다음은 자동차라고 모두들 생각합니다. 바퀴 달린 아이패드에 불과하니까요”라 답하며 중학생 시절 만들던 무선조정 RC카를 떠올렸다. 속마음으론 “그 다음번은 집이 되겠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고 중얼거렸다. 불과 몇 년 후, 테슬라는 '바퀴달린 컴퓨터'로 세상을 흔들었다. 날개 달린 로켓과 위성도 함께 쏘아 올렸다.

현대자동차의 중요한 비전 중 하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완성이다. 자동차도 처음부터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제작, 생산하고, 업데이트하는 산업으로 변신했다. 머지않아 '현대 폰'과 '삼성 카'의 경쟁도 보게될 것이다. “자동차와 집 다음엔 뭐가 될까요?”라고 다시 한 번 물으신다면, “바이오와 개인봇이겠죠”라 답해드릴 듯하다. 바이오테크 중 일부는 기계와 디지털에 빠르게 수렴 중이다. '기전법'은 20세기 일본의 빠른 산업발전에 기여했던 법이다. 이제 한국에서 바이오의 수렴도 통합한 '생기전법(生器電法)'의 제정을 추진할 때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