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與 “사법부 공백” 野 “실패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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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18표 반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에서 낙마한 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사실상 예견됐다. 임명동의안 통과에 열쇠를 쥔 민주당이 일찌감치 부적격 의견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일부 성범죄 판결 항소심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감형했다는 점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많다는 것 △자녀 재산형성 과정 의혹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을 마친 뒤 취재진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민주당은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의결했다. 이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을 지키고 고위공직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능력·자질 등에 문제가 있는 후보라는 것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관례상 대법원장 표결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통과시켜왔던 것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결할만한 큰 결함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가결을 촉구해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전원 퇴장했다.

이후 본회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보궐선거 안건 투표를 마친 뒤 양당 합의에 따라 정회했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탓에 사법부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후보자 지명 절차부터 거쳐야 하는 탓에 최소 한 달 이상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 이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대법원장 공백으로 전원합의체 심판 모두 중지됐다. 신입 대법관 제청과 이후 법관 인사도 차질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전반적으로 사법부 운영에 막대한 지장 초래한다. 당연히 피해는 모두 법률적 판단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된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부결 시 사법부 공백이 우려된다는 정부·여당의 여론몰이에 유감을 표한다. 이는 국회가 인사청문제도와 임명동의제도를 통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도록 하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 공백 우려 때문에 자격 없는 인사를 수장에 앉히도록 하는 것은 사법 불신이라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할 일은 국회와 야당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 아닌 실패한 인사 검증에 대한 사과와 부적격 인사 철회”라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