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면 건강 체크하는 변기”…이그노벨상, 한국인 수상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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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그노벨상 시상식. 사진=미국 하버드대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유튜브 캡처.

'짝퉁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그노벨상은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보인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최근 하버드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로 33번째 열리는 이번 상에는 암모나이트 화석의 맛을 탐구하는 실험, 똥을 누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변기, 탈모가 코털에도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등 재밌고 독특한 연구들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으로 10조 짐바브웨 달러가 주어진다. 얼핏 많아 보이지만 짐바브웨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우리돈으로 500원 남짓한 금액이다.

◇똥 누면…“당신은 ○○○, 건강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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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그노벨상 공공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박승민 미국 스탠퍼드대 비뇨기의학과 연구원. 사진=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올해는 한국인 수상자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미 스탠퍼드 의대 비뇨기의학과의 박승민 박사다.

박 박사는 '스탠퍼드 변기'를 발명해 공공보건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인간 배설물을 신속히 분석하고 추적 관찰하기 위해 소변분석용 담금봉 검사와 배변 분석을 위한 컴퓨터 영상 시스템, 항문 모양(anal-print) 센서와 연동된 신원확인 카메라, 통신 링크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 장비인 '스탠퍼드 변기'를 발명했다”고 개발 배경에 대해 전했다.

그가 발명한 변기는 실시간으로 대변 모양을 시각적으로 분석해 암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징후를 찾아내고, 소변에 포도당이나 적혈구 등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항문 모양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형태가 다르다며, 이를 통해 신원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화석 '핥짝'…씁쓸하지만 뒷맛은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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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나이트 화석. 사진=PxHere

화석을 핥아본 과학자도 있었다. 이그노벨상 화학·지질학 부문에서 수상한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다.

암모나이트는 골뱅이처럼 생겼지만, 중생대 백악기 마지막인 대멸종 시대에 공룡류와 함께 멸종했기 때문에 이를 먹고 맛을 기록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고생물학 협회에서 화석을 조사하면서 자주 화석을 핥아봤다고 전했다. 다만 맛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핥아본 것은 아니다.

암석과 광물을 현장에서 구분하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지질학자라도 어려운 일이다. 그는 “식별이 어려운 바위를 발견하면, 맛을 본다”며 “때로는 태워서 '조리'해서 맛보고, 생으로 핥아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17세기의 한 지질학자는 석탄은 달콤한 뒷맛과 함께 쓴맛과 떫은 맛이 난다고 표현했다. 18세기의 이탈리아 지질학자도 암석과 광물의 맛과 냄새가 구별을 돕는다고 저술했다.

◇코털, 탈모면 더 많이 빠질까?...평균 개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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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캘리포니아 대학교/데일리메일 캡처

건강 상태가 서로 다른 이들의 코털 개수를 세어본 연구는 의학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애초 탈모증이 있는 사람은 코털이 더 많이 빠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얼핏 쓸모없어 보이지만, 우리 몸의 중요한 여과 시스템인 코털이 적어지는 것은 질병과 감염과도 상관이 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사람 대신 시신을 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왼쪽 콧구멍에 120개, 오른쪽 콧구멍에 112개의 털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별과 심장병 병력은 코털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 암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코털이 현저히 적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와 코털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탈모증과 코털의 개수를 비교하기 전 기저질환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음식을 더 짜게 만드는 '전기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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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린홀딩스

소금을 적게 넣은 저염식도 일반식처럼 짭짤하게 즐길 수 있는 전기 젓가락이 영양학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일본 미야시타 호메이 메이지대 교수와 음료업체 기린홀딩스가 공동 개발한 이 젓가락은 손목의 작은 컴퓨터와 연결돼 있어 밥을 먹을 때 약한 전류를 내보낸다. 이 전류가 나트륨 이온을 조절하고, 사용자는 짠맛을 느끼게 만든다.

미야시타 교수는 이 젓가락을 사용하면 짠맛을 1.5배 더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자제하거나, 싱거운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 젓가락을 사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멸치 떼의 교미가 해수 혼합과 해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위를 갑자기 쳐다보면 다른 사람이 얼마나 따라 위를 쳐다볼지, 한 단어를 여러 번 번복하면 느끼는 감각, 죽은 거미를 집게발처럼 사용해 130g 이상의 물건을 들어 올리는 실험 등이 이그노벨상의 주역이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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