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GTX-A 미리 타보니... 1062명 무게 물통 싣고도 수서~동탄 딱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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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차량 시운전 모습. 최대 속도 170km/h로 ATC를 맞춰 시험하고 있다.

새벽 1시 21분. SRT 운행이 끝나고 철로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시각. 수도권 주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GTX-A가 수서 플랫폼을 떠나 동탄으로 향했다. 운행 전인데도 차량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승객 1062명의 무게를 대신할 물통이 차량을 가득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객이 꽉 찬 상황에서 차량을 제어하는 것을 시험해야 하기 때문에 한 량당 성인 가슴 높이의 12~13개 가량의 거대한 물통을 실었다.

내년 4월 수서~동탄구간 개통을 앞둔 GTX-A는 지난 8월 27일부터 SRT가 다니지 않는 심야시간에 주 1회 2단계 시운전을 해왔다. 21일에는 4번째 시운전을 하는 날. SRT수서역 플랫폼에서 출발한 차량은 최대 속력 170km/h로 달려 딱 20분만인 1시 41분 동탄역에 도착했다. 수서~동탄 구간은 SRT가 달리는 고속선 구간을 공용해 운행된다. 성남·용인에 정차하지 않고 달렸으며, 향후 역사가 개통될 경우 3단계 시운전에서는 역사에 정차하고 각 정거장에서 옆으로 빠지는 부본선 운행까지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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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2명을 수용할 수 있는 GTX-A 차량. 시운전에서는 사람이 꽉 찬 상태에서 운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 량당 12~13개의 큰 물통에 물을 채워 운행한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시운전은 차량자동통제장치(ATC) 신호체계와 터널 내 주행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다. GTX-A 차량은 내년 처음 도입되는 차량이기 때문에 설계대로 제작하는지 3단계에 걸쳐 검증한다. 실제 달릴 노선의 정합성을 맞춰보는 중요한 시험이다. 1단계는 일반 선로 검증 단계로 지난 4월부터 8월 4일까지 중부내륙선을 이용했다. 2단계는 오는 12월까지 수서~동탄의 실제 노선에서 진행하고 역사가 완공되면 역사에서 작동을 검증하는 3단계 시운전을 추진한다.

2단계 시운전에서는 ATC 등 5개 시험을 진행한다. 예비주행단계에서 이미 시운전기준인 1만km를 달렸고 20일 기준 2만 3000km를 넘어섰다. 기준의 3배인 3만km 시운전을 진행하는 것이 국가철도공단의 목표다.

국가철도공단과 현대로템은 다음 달 중순부터는 주간에도 시운전을 진행한다. SRT가 실제 다니는 시간대 사이에 시운전 차량도 함께 편성해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속선 구간을 이용하지만, 차량 탑승 느낌은 지하철에 가깝다. 현재 SRT 승강장은 저상홈이어서 차량에서 계단이 나와 승하차를 해야 하지만, 고상홈은 일반 지하철처럼 사람이 한꺼번에 타고 내리기 수월하다. 아직 GTX-A 차량을 위한 승강장이 건설이 되지 않은 탓에 임시 계단을 두고 차량에 올랐다. 좌석배치 역시 지하철과 흡사하다. 문은 1.3미터 광폭이며 한쪽으로 열리고 차단이 되는 고속철 전용 문이다. 터널 안이다보니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지하철을 타는 느낌이었다. 지하철 속도가 80km/h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빠르지만, 고속철보다 지하철을 타는 느낌이 강했다. 흔들림도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이날 시운전 차량을 탑승해 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서에서 동탄을 20분 내에 도달하면서도 조용하고 쾌적하게 운행되는 GTX 차량의 성능이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원 장관은 시운전 점검에 앞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시운전을 위해 고생하시는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면서 “GTX-A의 내년 초 개통을 국민들께서 간절히 기다리는 만큼,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적기에 개통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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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시운전을 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적기 개통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국토교통부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