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사고(오송 지하차도 참사). 인근 미호천교 둑이 무너지면서 6만톤 가량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지며 차량을 침수시켰다. 경찰은 주민 신고를 받았지만, 지하차도를 오인하거나 부족한 인력으로 제대로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도 과도한 인파가 몰린다는 신고가 수차례 접수됐지만, 부실한 초동 대처로 화를 키웠다.
대규모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은 물론이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추락·끼임 등 재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대응 인력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인력 부족과 판단 착오로 화를 키웠다는 부분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분석,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기술은 인력 한계를 보완해 사회재난·자연재난 예방과 대응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기술, 재난 대응관련 인간의 한계 보완
디지털은 산업 효율화 뿐 아니라 재난 예방·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한다. 전국 주요 인프라에는 이미 수많은 재난 대응 설비가 구축됐지만, 대규모 재난상황에서 번번이 작동하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디지털 재난안전대응기술을 입혀 보다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송지하차도 사고 참사 당시 지하차도는 배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충북도는 원격진입차단 시설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전문가는 AI와 센서, IoT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침수 상황을 즉각적으로 상황실에 분석·경보하고, 수위 이상을 측정해 배수펌프 등을 가동하는 설비가 구축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정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디지털 기술로 재난을 모니터링하는 인프라 뿐 아니라 즉각적인 침수 차단 등 대응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사고 직전 시민 신고를 묵살하는 등 경찰 조직의 초동 대처 실패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등은 휴대폰 위치정보 시스템(GPS)과 기지국 정보 등을 통한 인파 파악 빅데이터 솔루션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활용하지 못했다.
산업현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건설·공장 등 산업현장은 다양한 안전 규정을 재점검하고 설비를 도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 책임을 다했느냐 여부가 최고경영자(CEO)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역시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효과적인 예방·대응이 가능하다.
◇정부, 디지털 기술도입 과학적 재난 대응체계 구축
디지털 기술로 대규모 자연·사회재난, 산업현장 재해를 100%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해법이 될 수는 있다. 각종 공공기관과 산업현장은 현재 재난 대응·예방 체계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집중 점검하고, 디지털 기술로 보완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재난안전 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내년 중앙행정기관이 요구한 재난안전예산 규모가 총 391개 사업, 24조6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행안부는 내년 재난안전예방 사업 핵심 포인트로 예측·예방 중심 과학적 재난안전관리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뒀다. 디지털기술을 적용해 신종 재난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변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재해위험지역 정비 등 예방 사업 투자를 확대한다.
주요 사업으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에 229억원을 투입한다. 디지털플랫폼 기반 과학적 재난안전 관리를 위해 AI 홍수예보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재난안전 데이터 기반 인프라 구축 등에 중점 투자한다. 구체 사업으로 △홍수예보 및 수문조사(환경부, 344억원) △재난행정 정보화(행안부, 84억원) △선진 예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기상청, 183억원) △산불 방지 대책(산림청, 1551억원) 등이다. △지능형 CCTV 관제체계 구축(행안부, 210억원)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행안부, 1313억원) △소방정보시스템 구축(소방청, 150억원) △수색구조 역량 강화(해경청, 209억원) 등을 투입한다.
◇디지털기술로 오송·이태원 참사 다시는 없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침수 대응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침수 모니터링과 스마트 원격제어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도시침수 예측 가상모형(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과 대응 매뉴얼을 구축한다. 약 26억원을 투입해 광주에서 구축을 완료했고, 포항·창원 지역에 추가 구축을 진행 중이다.
또 과기정통부는 약 11억원을 투입해 안양천에 'AIoT기반 도심 침수 대응 시스템 개발 및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섬진강 등에 댐·하천유역 물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실증을 진행했고, 현재 환경부에 이관해 사업을 진행중이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모니터링을 넘어 침수 터널에 대한 자동진입차단 등 대응기술에 있어서도 디지털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압사사고를 막기 위한 디지털 기술도 개발 중이다. 지능형 CCTV, 드론 등 최신 과학기술로 확보된 다중 밀집도 등의 실시간 정보를 경찰이나 소방, 응급 의료 기관 등 관계 당국의 관제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파하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AI를 지능형 CCTV를 통해 인체·환경의 움직임을 포착해 이상징후를 파악, 인파를 분산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하는 기술 도입을 검토중이다.
인파 분석 등 기술은 상당부분 개발돼 상용화에 근접했지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만들어내는 일은 관건이다.
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기반 국민안전 강화방안'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도심 침수 시민안전 기술을 비롯, 범죄예방 요 구조자 안전, 맨홀 작업자 안전, 건설 근로자 안전 등 4개 대표과제를 중심으로 총 36억을 지원해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센서와 지능형CCTV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IoT를 이용해 중앙관제본부에 즉각적으로 위험을 경보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없어야
재난·재해 예방과 대응을 위한 디지털기술 접목 논의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응 방안이 발표되고도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던게 사실이다. 자연·사회재난, 디지털재난 등 분야에서 범 정부차원 콘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이 반복됐지만, 흐지부지된 적도 많았다.
정부가 새해 예산과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하다. 재난은 평화로울 때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재난때마다 내세웠던 디지털기술 접목방안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이제라도 보완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효율성과 별개로, 개인정보 활용 문제 등과 관련해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기 마련이다. 위치정보 활용, CCTV 활용 등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다. 재난관리를 위한 중요한 디지털 기반을 조성한 만큼, IoT, 센서 등을 접목해 활용도를 높이고 다양한 분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과제로 지목됐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공공안전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과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정보전략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기술발전과 동시에 빠른 기술적용과 구축이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