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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진 한국광기술원장>

실사와도 같은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사용자에게 완전한 가상세계를 제공하는 가상현실(VR)과 실제 공간과 대상에 정보영상을 더해 이해를 강조하는 증강현실(AR), 가상과 증강을 혼합해 오감의 정보를 추구하는 확장현실(XR)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착용형 기기와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광학기술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 가운데 가장 핵심적 기술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감각정보량 중 87%를 차지하고 있는 시각정보를 광정보로 모사하고 구현하는 광학기술일 것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실제의 광정보들과 증강현실 영상의 광정보들을 올바르게 정합하고 사용자의 시야 범위 내로 왜곡없이 선명하게 구현하는 광학기술이야말로 웨어러블의 시대 즉,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 기술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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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증강현실 기업 '매직리프'가 제작한 영상.>

◇메타버스 시대의 마중물, XR 기술

사용자의 눈 앞에 위치하고 광학렌즈를 통해 가상 또는 증강 영상을 제공하는 기기를 안경 방식의 착용형 디스플레이(EWD)라 한다. EWD는 구현방식에 따라 VR·AR·혼합현실(MR)-EWD 3가지로 구분한다.

XR은 VR·AR·MR을 통합한 광의의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시각정보 이외의 청각, 촉각, 인터랙션 등 주요 감각정보를 제공해 '실재(實在)'와 유사한 디지털 트윈 시대의 실감증강현실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총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XR 기술과 시장은 곧 도래할 메타버스 시대의 마중물이자 실현 도구가 된다. 메타버스 관련 글로벌 시장규모는 2030년 약 1조5429억달러로 전망되며, 이 중 XR 기기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약 1007억달러로 예상된다. 특히, 핵심 광학기술이 XR기기 시장을 좌우하는 바, XR광학계에 대한 글로벌 시장규모는 2030년 약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XR산업은 전후방 산업이 융합돼야 하는 산업이다. XR 후방산업으로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박형 광학계, 저전력 구동보드, 관성센서, 안구추적 센서, 가시광 카메라, 비가시광 카메라, 초점조절용 기능성 광학계 등의 하드웨어 부품과 실감영상 저작·실행, 동작인식 알고리듬, 실시간 영상처리, 공간정보 정합 알고리듬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공급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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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리프가 개발한 증강현실 헤드셋.>

XR 전방산업으로 소요 유형에 적합한 의료, 뿌리, 제조, 군사 등 특수목적 산업용 기기와 패션 및 기능성 중심의 일반 소비자용 기기의 제조망도 있어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짧은 제품주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부품 개발과 실장테스트가 가능한 연구개발 망도 구축돼야 한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퀄컴과 엔비디아가 소리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기술 전쟁의 의미를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들 싸움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진중히 살피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XR 광학계 기술은 우리가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주요 각국 XR 산업 관련 정책 및 수행 현황

2010년부터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AR·VR을 10대 미래 핵심전략 기술 중 하나로 지정하고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를 시행 중이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으로 창업 분위기를 고취해 VR·AR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시장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실효적 성과 창출을 위한 전략으로 국방, 재난, 의료, 교육 등 국가안보 및 사회적 과제 해결 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 여가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VR·AR 활용 추진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국내는 각 부처에서 종합적으로 콘텐츠(C), 플랫폼(P),네트워크(N), 디바이스(D)의 핵심기술확보 및 서비스 창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초격차 기술확보를 위한 산학연 기반의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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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개발한 '구글 글래스'.>

대표적인 실효적 사업으로서 한국광기술원은 경기도 안양시에 XR광학거점센터를 구축하고, 국내 최초로 XR 광융합산업 분야와 관련된 중강소 기업을 대상으로 XR광학계 기술력 제고와 빠른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XR 전방산업 선도형 핵심 광학부품·모듈 시험제작 서비스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의 수혜기업은 XR 기기용 핵심 광학 부품 및 모듈 기술 내재화와 자사 기술력 제고를 통해 세계적인 XR광학산업 분야의 선도·선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XR 기술과 광기술 융합으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선도

디지털 트윈 기반의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XR 기술과 광기술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XR 산업은 기존 단일 산업과는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균형적으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성격의 산업이다. 퀄컴은 XR2 라는 API 칩을 개발하고 관련 XR기기의 부품 기업들의 생태계를 구축하여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독자적 반도체 기술을 통한 자급제 생태계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외주연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모든 생태계는 표면적으로 글로벌 XR 산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배타적 생태계다. 거대 공룡 자본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들 스스로가 희생과 수혜의 공생관계를 이어 나가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현대의 산업 생태계 문화라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XR 산업과 관련하여 어떤 생태계 문화에 속해 있는가? 혹은 우리만의 배타적 생태계를 구축하였는가? 아쉽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요원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융합'은 아직도 낯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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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혼합현실 기반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 착용 모습.>

◇해외 거대 자본에 산학연관 연합으로 대응

실재(實在)와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고, 실제와 가상이 위화감 없이 융합되는 시대. 정보는 평면에서 공간으로 확장되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시대. 메타버스 시대의 주역은 명실공히 XR 광융합기술이다.

구글, 애플, 메타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은 메타버스 시대 가치를 예견하고 짧게는 10여년 전부터 핵심기술 개발과 생태계 구축을 위한 많은 투자를 진행해왔다. 거대 자본과 인력의 투자 앞에는 적수가 없다. 그러나 산·학·연·관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 거대 자본기업들과도 한 번 겨루어 볼 만도 하다. 왜냐하면 단일 목표를 가진 거대 자본기업과는 달리 산학연관 연합은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 다름을 통해 새로운 지향과 혁신적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XR 광융합산업의 부흥과 XR 기기용 핵심 광학부품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과 산업거버넌스의 활동 장려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산·학·연·관이 뜻을 모아 우리나라가 다시금 광학기술 선도 국가라는 자부심을 되찾고, 나아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실감증강현실 시장과 산업을 주도하는 주역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신용진 한국광기술원장 yjshin@kopti.re.kr

〈필자〉신용진 한국광기술원장은 초기 레이저 물리학을 연구한 학자로, 의광학(Medical Photonics) 개념을 국내 최초로 정립했다. 고려대 물리학과, 미국 뉴욕대 대학원을 거쳐 1994년부터 조선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광특화연구센터 소장,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및 '물리학과 첨단기술' 편집위원장, 한국광학회 부회장 및 감사, 한국레이저가공학회 기술·대외협력 이사를 지냈다. 광산업육성위원회 운영위원, 한국광기술원 이사, 국제광융합기술콘퍼런스(IOCTC) 조직위원장, 국제광산업대표자협의회(IOA) 한국대표, 국제표준화기구(ISO) 전문위원 및 한국대표, 한국광산업진흥회 운영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위원, 광주전략산업기획단장, 조선대 자연과학대학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