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36홀, 치열해서 더 아쉬웠지만 '그런 게 골프다!'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4회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이 막을 내렸다. 악천후로 34년만에 36홀 경기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지만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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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선수가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뒤 트로피를 들고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무명'의 선수였던 김찬우가 데뷔 첫 우승을 일궈내며 깜짝스타로 떠올랐고 캐디로 함께한 친누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막연했던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변했다. 72홀 경기든 36홀로 축소된 경기든 주어진 조건은 누구에게나 똑같았다. 당당히 경쟁해서 일궈낸 우승자의 자격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김찬우는 “첫 우승을 한 만큼 샷에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만큼 자신 있게 플레이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3회 대회까지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이 베테랑들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대회였다면 이번 4회 대회는 새로운 스타의 등용문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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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우승 세러머니 모습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김찬우도 그랬다. 2부투어를 거쳐 힘겹게 1부 투어에 올라섰지만 녹록치 않았고 퀄리파잉 토너먼트로 내몰렸다. 그리고 다시 힙겹게 돌아왔지만 여전히 1부 투어의 벽은 높았다. 김찬우는 올 시즌 이 대회 전까지 한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또 다시 시드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 대회 전까진 그랬다.

이제 김찬우는 당당히 코리안투어 챔피언이 됐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시의 초청을 받아 방문할 예정이다. 마드리드시는 챔피언에 대한 예우로 본인 외 1명까지 초청을 하기로 한 만큼 함께 고생하며 첫 우승을 일궈낸 친누나와 함께 자축하며 마드리드 여행을 떠날수도 있다. 김찬우의 마드리드 여행에는 마드리드 시 디지털 마케팅 파트너사인 순이엔티의 주관으로 틱톡에서 수천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원정맨, 케지민이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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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골프대회가 14일부터 17일까지 전남 영암군 코스모스링스에서 열린다. 황인춘 선수의 캐디가 센서가 장착돼 사람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따라가는 캐디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IT기술 품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K골프’의 데뷔 무대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이 한국 IT기술을 폼은 'K골프'의 데뷔 무대였다는 점은 이 대회의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KPGA투어가 치르는 수많은 대회 중 하나가 아닌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만의 차별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포츠용품 개발사인 (주)TTNG가 개발한 AI기반 개인용 로봇캐디 '헬로캐디'가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꾸준히 판매고를 쌓아왔지만 프로골프 대회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발전 속도에 비해 변화가 더딘 규정탓에 본 대회가 아닌 공식연습일로 사용이 한정됐지만 헬로캐디를 경험한 선수 및 캐디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용주 TTNG 상무는 “공식연습일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게 아쉽지만 투어프로와 전문캐디가 직접 사용하며 편의성과 안전성에 대한 큰 만족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세계적인 수준인 한국 IT기술이 접목된 K골프가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골프팬의 시선이 집중되는 프로골프 대회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면에서 전자신문 오픈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개인용 로봇캐디 ‘헬로캐디’ 편의성과 안정성 ‘깜짝’

골프산업 역시 IT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가운 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IT기술이 접목된 K골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골프용품 전시회로 손꼽히는 미국 올랜도 골프박람회에서도 IT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한국 기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은 '나홀로 분투'중인 한국 IT분야 골프기업의 세계무대 도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데뷔 무대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1982년 전자시보로 시작해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내 최고의 IT전자 일간지로 전문성을 키워온 전자신문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한국프로골프의 진정한 ‘친구’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은 한국프로골프의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며 기존 대회마저 취소가 속출하던 2020년 첫 대회가 열렸다. 모두가 의아해했던 게 사실이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당시 “한국 프로골프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대회 스폰서 참여이유를 밝혔다.

가장 힘들때 손을 내밀어준 친구같은 존재였다. 첫 대회에 출전했던 KPGA투어 통산 5승의 베테랑 황인춘 선수는 “이런 시기에 대회를 새로 만들어주는 건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는 진정한 친구처럼 고마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회 개최가 전부가 아니었다. 웹케시그룹(회장 석창규)은 첫 대회를 개최한 뒤 2021년 웹케시그룹 골프단을 창단, 현재까지 김태훈을 비롯한 5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PGA투어 포티넷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오르며 데뷔 첫 우승을 노리고 있는 김성현 선수도 웹케시그룹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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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링스 12번 홀 페어웨이 전경

이색 코스로 주목받았던 코스모스링스도 이 대회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기존 코스와 다른 규격화된 이색 골프장'을 테마로 영암 사우스링스를 운영해온 선카운티(주)가 새롭게 조성한 코스모스링스는 대회 전부터 '활주로 골프장'으로 주목받았다. 페어웨이 폭만 100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코스에 달 표면을 연상케하는 분화구 벙커도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이색적인 코스 레이아웃에 골퍼들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하늘이 야속했다. 남부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배수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이날은 코스모스링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코스모스링스 코스에 물이 차 결국 경기가 취소됐던 토요일. 프로축구 경기가 열린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역대급 수중전이 펼쳐졌다. 피치위에 흥건하게 고인 물 때문에 볼은 자꾸 멈췄고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때는 선수들이 페널티킥 마크에 고인 물을 손으로 퍼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배수설비가 더 완벽했으면 좋았겠지만 자연앞에서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치열했던 4일간의 36홀 경기가 끝났다.

34년만의 36홀 경기는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최고참은 2001년 데뷔한 최호성 선수였다. 이 대회 전까지 KPGA투어 역대 2뿐이었던 36홀 경기 중 최근은 1989년 포카리스웨트 오픈이었다.

아쉽지만 이것도 경험이고 또 하나의 역사로 남았다. 그리고 또 내일이 시작되듯 다시 시작된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네 번째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도 그렇게 또 하나의 의미와 이야기를 남겼다.

정원일 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