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에서 한발 더 앞장선 공급망 강화 전략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주목되면서 외부 의존을 줄인 내재화가 당면 과제가 됐다.
현대차가 지난달 선보인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가 배터리 설계 기술을 내재화하고 실제 차량에 적용한 첫 사례다. 배터리 생산은 SK온에서 담당한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남양연구소 산하에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운영하며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준비해왔다. 2021년 1월에는 기존 배터리 개발 관련 조직을 통합해 '배터리 개발센터'를 출범하고 향후 10년간 9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현대차그룹·서울대학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하기도 했다. 또 미국 솔리드파워,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등 배터리 스타트업과 차세대 배터리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지분 5% 인수를 발표했다. 미국의 공급망 규제 등에 대응해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현대차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필요한 물량 중 약 50%를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내재화는 필연적인 수순으로 가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업체와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차세대 배터리 대응도 시작됐다. 현대차는 자체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을 진행 중으로 현재 샘플 생산 단계까지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의왕연구소에 완공되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양산성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정할 수 있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업계관계자는 “현대차에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 공급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고스펙 개발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배터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자체 기술을 가져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