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IT·바이오 융합형 인재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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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쓰리빅스 대표이사, 부산대 의과대학 겸임교수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UN이 2009년 '세계인구고령화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의 인간을 지칭해 정의한 신조어다. 2000년 6개 국가가 호모 헌드레드 국가로 지정됐다. 2020년 31개 국가로 증가했고 앞으로 더 많은 국가가 지정될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의 등장 배경에는 평균 기대 수명 증가가 있다. 평균 기대 수명 증가의 핵심은 건강 유지 및 증진으로, 이와 관련한 바이오와 헬스 케어산업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는 바이오 투자 광풍이 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성행으로 일반인의 바이오에 대한 관심은 물론 정부의 투자도 다른 산업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투자 기간이 길고 위험부담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에 투자자가 부담을 느껴 현재 바이오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급감한 상태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으로 인식되는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서 미국,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은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차세대 중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간 생명 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과 관련된 산업은 시대를 막론하고 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All of us, 영국의 Genomics England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 기업은 인간의 유전자와 질병의 원론적 관계를 연구하고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로 2025년부터 한국인 100만명의 바이오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체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인의 특화된 질병 규명을 위해 바이오헬스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에 바이오 빅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대규모 데이터가 생산되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등록, 관리, 분석,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플랫폼은 IT 영역이며, 데이터는 바이오 영역이다. 이질적인 분야가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바이오·IT 융합 산업 핵심은 바이오 빅데이터 설계 능력이며 소수의 우수한 전문 인력이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 대규모 빅데이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IT에 대한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IT 관련 학과에서는 바이오를 가르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바이오 관련 학과에서는 가장 기초적 IT 과목만을 가르쳐 바이오·IT 융합 산업에 대한 전문가 육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이오 광풍이 불었을 때 국내 IT 전문가들이 바이오 분야로 이직한 사례가 많았지만, 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끊어지면서 IT 전문가들이 바이오 분야에서 이탈하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 산업에서 IT 전문가 영입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바이오 헬스 분야는 지식 산업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산업처럼 수만, 수 십만명의 인력이 없어도 소수의 우수한 전문가들이 산업을 이끌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다수의 바이오 헬스 전문가를 육성한다면 이 중에는 소수의 핵심 바이오·IT 융합 전문가도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차세대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인력 수급 부족 문제를 수년 전에 예측해 국내에서는 바이오 헬스 분야 설계를 담당하고, 인도에 지사를 설립해 플랫폼 개발 등 실무를 맡기는 전략을 5년 넘게 실행하고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이 이런 전략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헬스 기업과 견줄 수 있었던 것처럼 K-바이오 헬스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정부 및 산업계 역시 기존과는 다른 산업 육성 전략을 전개하길 바란다.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이사, 부산대 의과대학 겸임교수 jhpark@3big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