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송객수수료 규제 법제화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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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하 플랫폼유통부 기자

면세점 송객수수료를 규제하는 법제화 논의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송객수수료 수준을 정상화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멈추고 면세산업 경쟁력 제고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관광객을 알선한 여행사·가이드에 제공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한한령' 조치로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여행사 대신 다이궁(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면세업계가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전체 매출 40%에 육박하는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송객수수료 법제화는 2016년부터 줄곧 논의됐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은 물론 업계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문제가 심화됐고 관세청은 송객수수료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왔다.

논의가 재개되는 이유는 유커의 귀환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 자국민에 대한 방한 단체 관광 비자를 허용했다. 2017년 한한령 조치로 단체 관광 비자를 제한한지 6년 5개월 만이다. 벌써부터 대규모 중국 단체 관광객이 시내 면세점에 방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유커가 돌아온 것은 또다른 송객수수료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세청 주도 아래 업계는 올해부터 다이궁에 지급하던 송객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지만 다이궁 매출은 급감한 상태다. 유커는 객단가가 높은 대규모 관광객이다. 다이궁을 대체할 수 있는 유커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송객수수료 또한 상승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주무기관인 관세청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찬성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객수수료 상한선이 자율 경쟁을 해치는 일종의 담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의견도 갈린다. 송객수수료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사업 전략 영역인 만큼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송객수수료 법제화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한 때 세계 1위에 빛났던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과도해지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송객수수료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방치해온 결과다. 현 시점에서 정부 개입 없는 자율 경쟁 체제는 업계 '치킨게임'만 가속할 것이다.

유커의 귀환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엔데믹 전환 이후 면세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송객수수료 등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상품 기획 능력, 디지털 전환 등 국내 면세업계 강점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송객수수료 규제를 통해 옆을 보는 경쟁이 아닌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경쟁을 펼칠 시점이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