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 호텔군HQ 축소…총괄 대표 없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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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군HQ

롯데그룹이 호텔군헤드쿼터(HQ) 역할을 축소한다. 재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만 남기고 전략·마케팅 조직은 각 사업부로 복귀시킨다. 호텔군HQ 총괄 대표는 후임 인선 없이 공석으로 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호텔군HQ 조직을 재편한다. HQ는 사업군 시너지를 창출하는 총괄 조직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폐지하고 HQ 체제를 도입한 바 있다.

호텔군HQ는 호텔롯데 산하 호텔·면세점·월드 사업부를 지원하는 총괄 조직이다. 총괄 대표 밑에 인사(HR)·재무·경영전략·마케팅 등 4개 본부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전체 인력은 70명 안팎이다. 호텔롯데가 롯데그룹 중간 지주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그룹 현안과 중장기 전략을 관리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해왔다.

내달부터는 재무와 ESG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한다. 호텔롯데 사업부와 여러 계열사에서 합류한 전략·마케팅 인력은 원 소속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HQ 업무는 호텔사업부에서 담당한다.

롯데는 지난달 이완신 총괄대표 사퇴 이후 호텔군HQ에 대한 조직 개편 논의를 이어왔다. 당초 후임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HQ 조직을 축소 운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HQ 총괄대표는 선임하지 않는다. HQ 총괄대표직은 한 달 이상 공석인 상태다. 필수 조직만 남기고 역할을 축소한 만큼 당분간 후임 인선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군HQ 축소 배경 중 하나로는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거론된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한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회사다. 다만 롯데홀딩스 등 일본 주주가 지분 99%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 완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구주 지분율을 희석시켜 일본 기업 꼬리표를 떼고 신 회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열쇠다. 호텔군HQ의 가장 큰 임무로도 꼽힌다.

다만 상장 프로젝트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HQ 조직 중요성 또한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상장 작업을 재개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사업부인 면세점 실적 회복세가 더뎌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또한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면세 사업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기업공개(IPO)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호텔롯데는 각 사업부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꾸릴 전망이다. 호텔의 경우 이완신 대표 사임 8일 만에 김태홍 신임 대표를 선임해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와 4년차 최홍훈 롯데월드 대표 또한 사업부를 안정적으로 이끈다는 평가다.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정식 오픈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면세·테마파크 등 각 사업부 실행력을 높이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HQ 조직을 재편했다”고 답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