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앱 '플러스 스토어' 내년 상반기 별도 앱으로 독립
당일·새벽배송에 넷플릭스·쏘카 등 제휴처 확대 등 멤버십 강화
네이버가 커머스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쿠팡과 경쟁 구도를 재형성하고 있다. 멤버십·빠른배송 등을 강화해 쿠팡과 대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강점인 인공지능(AI) 역량을 가미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가 과감한 커머스 투자를 통해 e커머스 1위 쿠팡과 양강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별도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네이버쇼핑을 개편한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는 AI 기반 맞춤 쇼핑 추천 플랫폼이다. 고객 취향과 쇼핑 목적 등을 분석해 초개인화된 상품·프로모션·콘텐츠를 제공한다. 현재 온라인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는 가격비교·쇼핑 기능이 혼재돼 있던 기존 커머스 사업에서 쇼핑을 떼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확보한 소비자직접거래(D2C) 자사몰과 입점 브랜드 중심으로 매출을 집중 시킬 수 있다. 국내 1위 포털로서 높은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 앱에서 독립해 새로운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이 눈에 띈다. 고공 성장을 이어가는 쿠팡과 격차가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눈높이 또한 쿠팡에 맞춰져 있다. 네이버는 신규 쇼핑 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송과 멤버십에 힘을 싣을 계획이다. 로켓배송 만큼 빠른 배송 서비스, 와우멤버십 만큼 혜택이 탄탄한 유료 멤버십을 구축해 대등하게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배송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도착보장' 서비스를 '네이버 배송'으로 개편하고 6개로 세분화한다. 당일·익일 배송은 물론 △지금배송(1시간 배송) △새벽배송 △휴일배송 △희망일배송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쿠팡이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해 배송 경쟁력을 높인다면 네이버는 12개 물류사가 뭉친 네이버풀필먼트연합(NFA)을 앞세운다. 특히 물류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는 CJ대한통운과 연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멤버십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지난 26일부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이용권 혜택을 추가했다. 넷플릭스 회원 상당수를 멤버십 회원으로 유입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내년에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제휴 혜택을 추가할 계획이다.
쿠팡의 차별화 요소인 무료배송·무료반품 혜택도 멤버십에 담는다. 내년 1월 말까지 일부 생필품에 10% 적립을 제공하는 '슈퍼적립' 혜택도 유지하며 패션·가구 등의 상품을 특가로 살 수 있는 '특가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플러스멤버십 회원 수는 약 10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400만명이다.
내년 상반기는 네이버 커머스 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충분한 외형 성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쿠팡은 수익성 제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해 와우멤버십 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로켓그로스 반품비를 신설하는 등 물류비 인상에 나선다. 고객과 판매자 모두 주위 플랫폼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시기다.
게다가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겪은 e커머스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판매자(셀러)·소비자가 몰리는 현 상황은 네이버에게 새로운 기회다. 별도 앱으로 선보이는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에서 얼마만큼 많은 트래픽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쿠팡은 지난 3분기 사상 첫 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e커머스를 넘어 유통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약 3조원을 투자해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특히 물류·배달·OTT 등 핵심 서비스를 내재화 한 쿠팡에 비해 제휴 형태인 네이버의 서비스 효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별도 앱을 통한 맞불 전략 보다는 포털·AI 등 기존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낫다는 시선도 있다.
네이버 또한 쿠팡만을 뒤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직매입(1P) 기반의 쿠팡과 오픈마켓(3P) 기반의 네이버 사업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달 초 열린 통합 콘퍼런스 'DAN24'에서 이윤숙 네이버 쇼핑 부문장은 “쿠팡은 쿠팡의 길을 가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며 “쿠팡을 추월하기보다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