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센스·TCL 등 절반에 판매
삼성·LG 제품 5분의 1 수준
한국 기업과 기술 격차 크지만
패널·세트 수직 생태계 주시를
중국 TV 업체들이 90형대 이상 초대형 TV 시장까지 '반값' 전략을 내세워 파상공세를 펼친다. 한국 기업과 비교해 기술격차가 큰 만큼 지금 당장 위협이 되진 않지만 패널-세트의 수직 생태계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의 추격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하이센스, TCL 등 중국 TV 업체가 98~100형대 초대형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세계 TV 시장 침체 속에서 나홀로 성장 중인 초대형 시장을 겨냥,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하이센스가 최근 호주,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 출시한 98형 4K 미니유기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인 '98U7H'는 공식 출하가가 7999달러(약 1050만)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케냐 등 일부 국가에선 할인정책을 내세워 최대 절반 이하인 40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이르면 내달 호주 시장에 출시하는 100형대 미니LED TV '100U7KAU' 모델은 출하가가 98형 모델보다도 저렴한 6999달러(약 920만원)다. 이 역시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30~4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TCL이 일본 시장에 첫 출시한 98형 4K 미니LED TV '98C955'는 출고가가 98만엔(약 890만원)이다. 내달 유럽에서 출시 예정인 98형 LCD TV인 '98P745'의 출하가는 400만원(약 2800유로)에 불과하다.
초대형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해 중국업체 제품 가격은 최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미니LED TV 98형 네오QLED 8K와 LCD TV QLED 4K 출하가는 각각 4990만원, 1270만원이다. 2021년 출시한 98형 4K 미니LED 모델도 출하가는 1910만원이었다. 98형 4K 미니LED 모델을 기준으로 하이센스와 TCL 제품은 동일 사양의 삼성전자 제품의 5분의 1,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98형 LCD TV를 기준으로 보면 TCL '98P745'는 삼성 QLED 모델 가격 대비 3분의 1에 그친다.
중국 업체가 초대형 TV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건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 불황에도 80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잠재력과 함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초대형·초고화질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 필요성이 커진 것도 배경이다.
중국 업체가 화질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서비스까지 내세워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뒤쫓으려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LCD 패널과 완제품 제조까지 자국 업체 간 수직적 생태계를 완성한 만큼 저가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
국내 TV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저렴한 중국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 아래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 중인 만큼 주시할 필요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는 화질보다는 크기만 우선하는 고객을 우선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LG와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