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중국 딜레마’...시장은 크지만 매출 계속 하락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 시장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중국 코로나 봉쇄정책이 완화되면서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올해 상반기가 지나도록 뚜렷한 개선 분위기가 잡히지 않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초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점유율과 매출 상승 부문에서는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 개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히려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 보다 낮은 중국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2021년 59조7247억원, 2022년 54조69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7조9153억원으로 이대로라면 연매출 50조원 이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전자도 2021년 2조6009억원, 2022년 2조6395억원에 이어 2023년 1분기 6090억원의 매출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를 감안해 현지 마케팅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마이크로LED TV를 중국에 처음 선보인데 이어 이달에는 베이징에서 테크 세미나를 열었다. LG전자는 현지 백화점을 중심으로 초대형·롤러블·벤더블 올레드 TV 라인과 프리미엄 생활형 가전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매출 정체로 인해 마케팅 효과는 과거와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반기 업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이슈분석-대중국 수출부진 현황 및 적자기조 장기화 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의 적자폭이 118억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의 52억달러 적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향후 전망에서도 중국의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단기간에 상황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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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시장의 브랜드 국가별 점유율(출처: 옴디아)

이 같은 추세는 중국 TV시장에서의 한국 비중을 보면 극명해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TV시장에서 자국 메이커 점유율은 2019년 79.2%에서 2022년 87.7%로 상승한 반면 한국 메이커 비중은 같은 기간 7.1%에서 4.1%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혐한정서의 계기가 됐던 사드사태 이전의 시장 상황을 감안해도 중국 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기대가 힘들다는 평가다. 당시에도 중국 현지 브랜드에 대한 영향력이 컸던 만큼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었고, 이는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같은 노력이라면 중국에 집중하기 보다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올해 들어 UAE 두바이에서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일본과 함께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외국계기업이 영업을 하기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규모는 크지만 매력도가 과거와 같지 않고 많은 해외 유통사들이 철수하고 있는 만큼 인도와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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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중국 매출 현황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