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DTx 시장진입 되려 늦추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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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료기술평가 절차

디지털·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31일부터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가 시행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디지털 치료기기(DTx) 등 혁신기술의 시장진입을 늦추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디지털·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해 마련한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혁신의료기기 지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여부 평가 △보건의료연구원(NECA) 혁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 제도로 정부는 혁신의료기기들이 허가와 동시에 의료현장에 진입 하게 하고, 그 기간을 390일에서 80일까지 단축하고자 기대했다.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혁신의료기술은 실시와 사후 재평가를 위해 '임상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거창출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보고 및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지털 치료기기 업계는 이미 식약처 품목허가증에 기재된 '기술명, 사용목적, 사용대상, 사용방법' 등에 따라 사용되기 때문에 근거창출전문위원회의 추가 검토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옥상옥 규제란 뜻이다.

또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와 달리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제도의 경우, 근거창출전문위원회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을 필요없이 비급여로 바로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어 역차별 성격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와 웰트가 각각 개발한 불면증 개선용 인지치료소프트웨어 '솜즈(Somzz)'와 '웰트-I(WELT-I)'가 디지털 치료기기 1, 2호로 허가 받았다. 이미 식약처에서 요구한 높은 수준의 성능과 임상시험 요건을 다 통과한 기술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근거창출전문위원회 검토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제도에서 혁신의료기술실시는 '연구수행' 단계와 '임상진료' 단계로 구분돼 있다. '연구수행' 완료 후 '임상진료'가 순차적으로만 가능하다. 업체들이 수행해야 할 '연구수행' 단계는 IRB를 보유한 사실상 3차 의료기관만 참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의원급 처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불면증의 의원급 진료 비율은 전체의 63.2~87.5%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솜즈와 필로우Rx는 이미 3차 의료기관에서 위약 대조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제도가 잘 정비됐다면 이제 불면증 환자가 있는 의원급에서 불면증 증상 개선에 대해 대규모의 실사용 검증을 하지만, 현재는 길이 막혔다.

솜즈의 경우 진료과목도 제한됐다.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내용 중 실시의사는 '실시기관에 소속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한정된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135호에 따르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모두 시행할 수 있고, 타 과에서도 비급여로 처방하고 있다. 그런데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진료과목을 정신건강의학과로만 제한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진료과목을 정신건강의학과로만 제한할 경우 다른 진료과에서 사용되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실시기관이나 진료과목 제한 없이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실사용 방식으로 검증하고,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식약처 실사용증거(RWE) 고시에 맞춰 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업계 주장이다.

에임메드와 웰트 외에도 업계에선 제3, 제4의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 겹겹이 쌓인 규제 상황을 지켜보고 신청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앞서 허가난 디지털 치료제들의 급여화 등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