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원유 가격이 오름세다. 지난달 27일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ℓ당 88원 올린 1084원으로 결정하면서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리기로 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 폭이다. 인상안은 이번 달 10일 이사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 가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흰 우유 마진이 1% 안팎인데 가격 인상 없이는 '팔수록 적자'라는게 유업계 설명이다. 그 동안 원윳값 인상에 따라 흰 우유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지난해 원윳값이 ℓ당 49원 인상되자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제품의 가격을 평균 6% 조정했다. 흰 우유 1000㎖의 제품 가격이 6.6% 상향됨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었던 1000㎖ 우유 가격은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됐다. 올해는 흰우유 1통(1000㎖) 가격이 30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의 물가 상승 대처 방식이다. 원윳값 인상이 잠정 합의되자 이튿날 정부는 유업체들을 불러 하반기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달 초에도 유업체들을 모아 정부는 원윳값 인상에 따른 유가공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물가안정 동참을 요구했다. 한 달 새 두번이나 불려간 유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 압박에 더해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과장'으로 일축했다. 밀크플레이션 품목으로 지목되는 빵류와 과자류는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 수준이며 카페, 베이커리 등은 국산 흰우유보다 저렴한 수입 멸균유를 이미 많이 사용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현재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상위 10개사 중 수입 멸균유를 사용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기존 메뉴와 맛의 차이가 커 저렴한 수입멸균유로 바꿀 수 없어서다. 그렇다면 소규모 카페나 베이커리 사정은 다를까.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무장한 대형 업체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에서라도 우위를 점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정부는 라면과 과자, 빵 등 밀가루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식품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관철한 전례가 있다. 제분업체들은 공급가를 낮추겠다고 화답했고 라면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내렸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 가격을 50원 인하했다. 작년 기준 국민 1인당 연평균 라면 소비량은 78개다. 신라면만 먹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1인당 3650원을, 4인 가족 기준 연간 1만4600원을 절감한 셈이다. '50원짜리 승리'란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