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뒷면에 툭 튀어나온 카메라는 언제쯤 사라질까? 빛의 성질을 완전히 무시하는 '메타표면'을 적용하면 카메라 렌즈 두께를 기존 대비 1만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제작 비용과 까다로운 공정이 걸림돌이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물속으로 사라지는 '몰드(mold)'로 메타표면 제작 공정 효율을 향상시킨 연구결과를 내놨다.
포스텍(POSTECH)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주훈 씨가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용성 몰드를 개발, 결함 없이 고해상도·고종횡비 메타표면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광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 '포토닉스(PhotoniX)'에 실렸다.
메타표면을 제작하는 두 가지 주요 기술이 있다. '전자빔 리소그래피'는 전자빔으로 패턴을 하나씩 그려 메타표면을 생산하는 기술로 비용 부담이 크고, 공정 속도가 느리다.
반면, 패턴이 새겨진 몰드를 사용해 도장처럼 구조체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는 비용이 저렴하며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몰드와 분리하는 과정에서 구조체가 손상될 수 있고, 구조체가 커질수록 더 잘 손상되기 때문에 메타표면에 요구되는 고해상도와 고종횡비를 모두 달성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용성 나노임프린트 몰드를 개발했다. 몰드에서 구조체를 떼어내지 않고, 물에 몰드를 녹여 구조체와 분리시킴으로써 구조체에 손상을 주는 과정 자체를 없앴다. 수용성 몰드는 물에 잘 녹으면서 유연한 폴리비닐알코올(PVA)을 사용해 제작됐다.
이어 수용성 몰드를 이용해 실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0나노미티(㎚) 이하의 작은 구조체를 전사하기 충분한 높은 해상도와 높은 종횡비(10:1)로 1㎝ 크기의 대면적 메타렌즈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또 가시광선 영역에서 기능이 저하되지 않고, 성능을 유지했다. 공정비용이 저렴하고 속도가 빠른 나노임프린트 공정으로 고해상도·고종횡비 모두 이룬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수용성 몰드로 손쉽게 나노임프린팅에서 고해상도와 고종횡비 모두 달성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현재 함께 개발 중인 심자외선 리소그래피 기반 대면적 몰드 제작 기술과 함께 적용돼 렌즈뿐 아니라 다양한 메타표면을 저렴하고, 빠르게 대량 생산해 메타표면 상용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래융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 사업,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 사업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