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속가능성 시장 전략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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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열 칸타코리아 대표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기후학자들은 올해가 기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대형 산불, 홍수 등 기후 비상사태는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환경문제 역시 세계적인 이슈로 대두됐다.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주목해야 한다.

칸타가 실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은 개인보다 기업이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문제에 기업이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40%에 가까운 소비자가 기업이 기후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환경문제를 포함,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 전략에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시기임을 보여준다.

우선, 기업은 지속가능성 제품의 가격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제품은 비싸다고 여길 만큼, 지속가능성은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는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므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 기업은 지속가능한 소비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기존 가격 정책 대신 합리적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타깃 시장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야한다.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층이 존재하더라도, 모든 지속가능성 제품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대중적 시장은 형성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추구하는 고객층이 확대되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웨어하우스는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판매와 고객 인식 모두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냈다.

비용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 연구에서 소비자는 지속가능한 상품에 가격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10~20%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가격에 최대 4% 가격을 인상하는 것만으로도 제품 공급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비용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비자가 비현실적인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관성적으로 고집하던 비용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품질, 원산지, 효능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끌 요소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경영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혁신이란 비즈니스 시작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과 재료의 활용부터 소비자에 대한 행동 변화를 고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진입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칠레 스타트업 알그라모가 대표적이다. 알그라모는 2013년 빈곤층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양을 판매하고 리필할 수 있는 포장을 제공해, 고객에게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늘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기업 변화는 필수가 됐다. 다수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파악했으나, 이를 양적·질적으로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 비즈니스 전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비용 효율성과 접근성을 모두 갖춘 제품을 통해 지속가능한 선택이 삶의 일부가 되는데 앞장서야 한다.

양정열 칸타코리아 대표 office.korea@kan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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