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온라인 맞춤형 광고 규제 추진에 소비자·산업계 대혼란 예고

서비스 접속·기기별 ‘동의창’ 반복
매체별 적합한 팝업창 구현 필요
중소 광고사업자·스타트업에 부담
소비자는 ‘맞춤형 광고’ 외면 우려

이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국내 광고업계와 플랫폼, 스타트업 등 산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산업 현실과 괴리가 있어 광고 산업과 플랫폼 산업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광고 동의창을 클릭해야 하면서 이용자 불편을 가중시키고 이를 준비해야하는 업계엔 업무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가이드라인 도입시 국내 온라인 광고 생태계에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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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문제점은

개보위가 신설을 추진 중인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취지는 온라인 사업자가 무분별하게 이용자 행태정보를 수집해왔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물론 이같은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론이 이용자와 업계를 너무 불편하게 하고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가 가장 문제삼는 가이드라인 내용은 이용자 동의(정보수집·이용·제공 등 처리관련) 부분이다. 업계에 공개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정보주체가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접속할 때 로그인 여부와 무관하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됐다.

업계는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이용자가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이용자 동의창을 클릭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 자체를 꺼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사이트라도 노트북, 휴대폰, 태블릿 등 접속기기가 다를 경우,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 웹브라우저 프로그램이 달라도 상황은 같아진다.

이용자 광고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광고·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동의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말한다. 광고 프로세스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과 더불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 성장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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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광고사업자·스타트업 기회 박탈

중소 광고사업자와 스타트업에게도 가이드라인 시행은 큰 부담이다. 맞춤형 광고시 행태정보(광고 식별자)를 개인행태정보로 취급해 사전동의를 필수로 요구한다. 제3자 광고가 주요 사업 모델인 중소 온라인 광고 사업자에 대한 심각한 규제사항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크기와 종류, 운용체계(OS)를 가진 휴대폰, PC, 태블릿 등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모든 매체에 적합한 동의 팝업창을 띄워야 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업계는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의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선 맞춤형 광고 대신 광고주나 이용자에게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광고만 노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디지털 광고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 등 디지털 산업의 존립 기반이 되는 핵심 기반산업이다. 디지털 서비스(웹사이트, 앱 개발 등)를 출시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초기 운영 자금 확보와 사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은 스타트업 같은 영세 플랫폼은 아예 수익원을 포기하란 얘기가 된다.

아울러 맞춤형 광고는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타깃팅이 가능다. 특히 소액 광고주(소상공인 등)가 많이 활용하고 있었으나,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광고비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도 불가피하다.

◇'킬러규제' 제거한다던 정부 어디로...국내 파급효과부터 연구해야

업계는 가이드라인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용료 대신 광고를 받고 유지되는 온라인 서비스가 상당수인 현실에서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 광고를 싣기보다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게 이용자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고 생태계 근간을 뒤흔들 규제안보다는 이용자 행태정보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막는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가이드라인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보위 기조와도 정면 배치되는 '킬러규제'를 신설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용자 행태정보를 무조건 개인정보로 간주하는 개보위의 시각도 문제 삼는다. 국내 광고사업자가 수집하는 행태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님에도 개보위는 이를 개인정보로 해석한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에서 행태정보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될 경우에만 개인정보로 규율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어,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만 작용할 수 있다.

업계는 맞춤형 광고 생태계에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여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발표로 인해 급변하는 디지털 광고시장에 미칠 환경 분석과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선행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국내 대형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규제 중심의 유럽 방식(GDPR)을 도입하는 것은 국내 디지털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