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확보한지 7년 만에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그동안 임대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 상면임대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임대 업계 큰 손 AWS, 시장 여파는
AWS는 그동안 상면임대 방식으로 국내 사업을 운영했다. 2016년 처음 리전을 설립한 후 용인, 안양, 목동, 일산 등 4개 지역에 리전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일부 데이터센터는 물량 대부분이 AWS 서비스로 채워질 만큼 AWS는 데이터센터 임대 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업계에선 AWS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더라도 당장 데이터센터 임대 업계에 타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은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직간접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AWS가 구축하는 자체 데이터센터는 초대형급으로 최소 1조원대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대비 효율을 고려했을때 자체 데이터센터에 우선적으로 고객을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해 상면임대 비용도 예전보다 증가했다”며 “1조원을 투자하더라도 몇 년이면 ROI(비용대비효율)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韓 시장 성장세 전망…금융·공공 경쟁 치열
AWS가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로 신규 시장 대응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5.5%를 기록, 2026년 3조 61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AWS는 금융과 공공을 새로운 시장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보수적이던 금융권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도입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공공도 최근 디지털플랫폼정부 전략을 발표하며 민간 클라우드 우선 도입 전략을 내놓는 등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금융과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가 중요하다. 보안 요소가 까다롭기 때문에 상면 임대 방식으로 금융과 공공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관망세지만 결국 금융과 공공에서 CSP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상면임대로는 적극적 대응이 어렵고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 시 유동적으로 물량, 보안 요소 등을 조정할 수 있어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가 AWS 입장에선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이어 AI까지…데이터센터 확보 움직임 이어질 것
AWS뿐만 아니라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도 국내 데이터센터 확보에 적극적이다. '챗GPT'등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프라인 클라우드 물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말께 완공이 예상되는 에퀴닉스 고양 향동 신규 데이터센터는 이미 고객사가 거의 확보된 것으로 알려진다. 수도권 인근 지역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이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를 선점하려는 업계 경쟁이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 수도권 중심으로 40여개 데이터센터가 새롭게 문 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물량 외에 더 필요할 경우 AWS 처럼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는 외국계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