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2025년 시행 확정, 현 중2 학생 고교 진학 시점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이 2025년으로 확정됐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적용되는 셈이다. 교육 현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입 제도가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뀐 것과 같은 매머드급 변화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에듀플러스는 고교학점제 도입 후 바뀌는 학교 모습을 살펴보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두면 좋을 점을 짚어봤다.
◇고교학점제가 뭐예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 제도다.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공교육을 실시해 다양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과목 이수 방법, 졸업 기준 등이 바뀐다. 지금까지는 학생이 성취한 등급과 관계없이 과목을 이수했지만, 고교학점제로 전환되면 학생이 선택한 과목이 목표 성취 기준에 도달할 때 과목 이수를 인정한다.
졸업 기준도 출석일수에서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으로 바뀐다. 학생들은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업성취 40%, 과목 출석률 3분의 2이상 등 일정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방과후 수업이나 방학 중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교 밖 수업도 활성화한다. 지역 내 학교와 공동과제를 해결하고 지역 사회 교육 자원을 통한 수업이 진행된다. 가령 문학 수업의 경우 교과서를 통해 시와 소설을 배웠다면, 앞으로는 지역 내 문학관이 운영하는 전문 교과 프로그램을 듣고 학점을 이수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 외 지역 사회 교육 자원을 통해 공적인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이 밖에 담임제도도 점차 변화할 전망이다. 학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라 수업을 듣고 교실을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1 공통과목, 상대평가 유지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고1 공통과목 전면 성취평가제는 시행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가 시행 취지에 맞게 학생이 선택한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있었지만, 대입 변별 문제, 내신평가 공정성 확보 등의 우려로 무산됐다. 대신 모든 선택과목은 성취도평가제를 적용해 A,B,C,D,E 5단계로 나눠 성취 수준을 구분한다.
이주호 부총리는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에 대한 교육 현장의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며 “공통과목 전면 성취평가, 석차 5등급제, 석차 9등급제 유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평가의 신뢰·공정성, 대입 변별 등의 우려가 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신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했다. 학교, 교육청, 외부점검단에 걸친 3단계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평가관리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김주아 한국교육개발원 고교학점제연구센터 소장은 “성취평가에 대한 책임을 교사 한 사람이 지게 하지 않고 정부가 다양한 검증 체계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학생에 대한 성취평가는 학교와 시도교육청, 국가가 검증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로 분야, 지역간 차이로 선택과목 개설의 한계는 온라인학교,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해 보충한다. 온라인학교는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 방식으로 일반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신산업·신기술 분야 과목을 제공한다. 2023년 현재 4개 온라인학교가 마련됐다. 정부는 온라인학교를 2024년 12개교, 2025년 17개교 등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시도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설시해 단위학교 상시 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교사와 강사 등 인력을 확충해 전문·특화 분야 수업과 진로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한다. 고교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 등을 통한 지역 대학과 기관의 연계 협력도 강화한다.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교실, 가변형교실, 온라인학습실 등 학교 내 학점제형 공간 조성도 진행 중이다.
◇도입은 긍정 평가, 입시제도 변화 맞물려 우려 목소리도
교육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이 학생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재디자인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을 다시 디자인하다'의 저자 정미라 병점고 교사는 “고교학점제는 학교 교육과정의 기본 틀에 대한 전환을 요구한다”며 “소수의 성적 우수자만 바라보는 획일화된 교육과정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진로, 적성, 흥미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도입이 입시제도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대입 체제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전성준 씨는 “고교학점제 도입은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과 같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교육 정책의 변화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조복희 혜성여고 교사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 두려움을 버리고 평소에 성실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쌓아나가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아직 확실한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이라면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자신이 배워보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고교학점제=학생이 기초소양과 기본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게 하는 제도(교육부 2021)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