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구광모 회장 5년, LG 미래동력 ‘ABC’로...선택과 집중 통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 5년,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ABC(AI·Bio·Cleantech)’를 정조준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비주력·부진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자동차 등 전장 분야 성과를 키우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미래 신사업 3대축에 도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지난 3월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5년간 54조원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며 그대로 드러났다. 구 회장이 강조해 온 미래에 대한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체화하며 점차 그룹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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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4월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공든탑 ABC, 그룹 핵심 동력으로

구 회장은 AI, 바이오, 클린테크를 LG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LG AI연구원, 충복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마곡 LG화학R&D 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애정을 쏟고 있다.

특히 초거대 AI 투자에 속도를 낸다. LG AI연구원은 2021년 말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공개했고, 전문가가 아니어도 간편하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3대 서비스 플랫폼(유니버스·아틀리에·디스커버리)으로 진화시켰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질의응답과 대화가 가능하고 텍스트를 분류·생성한다. 엑사원 아틀리에(Atelier)는 텍스트와 이미지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기능으로 창조적 디자인을 생성한다. 엑사원 디스커버리(Discovery)는 논문, 특허 등 전문 문헌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수식과 표, 이미지까지 스스로 학습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 각 플랫폼 모두 독특한 기능과 개성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된다.

바이오 분야에선 세포치료제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질환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최근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를 가동했다. 세포치료제는 3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올 1월 LG화학이 美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합병한 것 역시 미래 혁신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LG는 아베오 인수를 통해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전할 동력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클린테크는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달성과 함께 글로벌 기후산업에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LG는 △바이오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신재생 기반 탄소저감기술 강화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동력 확보

LG가 ABC에 투자를 집중한 배경에는 앞서 부진한 사업을 청산하는 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MC사업(스마트폰)을 정리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중대 결정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아쉬움은 있지만, 탁월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여기에 LX계열을 분리하고,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매각한 것도 주효했다. LG는 사업구조 재편을 완료하며 새로운 도전 여력이 생겼고 이를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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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 국내 이공계 R&D 인재 4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 공급망 이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글로벌 리스크를 견디며 성장했다. LG 주요 계열사(7개 상장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 증가했다.

전자, 통신, 화학 등 주력사업이 견조한 가운데 수십년간 키워 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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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전장은 어느덧 LG의 효자로 불리는 사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가 증가했고,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LG전자 전체 매출의 10.4% 수준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용 조명 시스템(자회사 ZKW) △전기차 파워트레인(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만든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이노텍은 다양한 차량 전장 부품을 만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LG 전장 사업에 대해 “완성차 빼고는 다 만든다”라는 애기가 나온다.

배터리는 이미 잘 알려진 LG 성장사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건 단독 공장 및 GM JV 1공장을 운영 중인 가운데, GM JV 2, 3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 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배터리 생산공장을 확충하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도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대세’를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73만8000대로 전체 OLED TV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현재 LG전자의 OLED TV는 전 세계 13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15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순항 중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