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회장’보다는 ‘대표’, 실용주의 리더십 돋보인 LG 구광모호 5년

“대표로 불러달라.”

구광모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후 회장이라는 직위 대신 ‘대표’라는 직책을 택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지주회사 대표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표현이었다. 지금도 언론이나 외부에서는 ‘구광모 회장’으로 칭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구광모 대표’로 통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지주회사 대표와 계열사 CEO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구 회장은 지주사 대표로서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계열사 CEO는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하게 했다.

구 회장은 계열사 현장을 방문하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꼭 묻는다. 지주사 대표로서 계열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려는 면모가 엿보인다.

◇꼼꼼함과 과감함 모두 갖춘 리더

내부에서는 구 회장을 꼼꼼한 성향의 리더로 평가한다. 일을 추진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한다. 회의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실무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동시에 구 회장을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리더’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취임 후 5년 동안 모바일 사업 종료, LX 계열분리, LG에너지솔루션 IPO(기업공개), AI연구원 설립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단은 LG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실용주의 추구로 업무 효율 높여

구 회장 취임 후 임원문화도 바뀌었다. LG 최고경영진 회의가 대표적이다. 임원들이 보고하고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회의 때마다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토론 중심으로 회의한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400명 이상의 임원이 분기마다 모였던 임원세미나를 없앤 것도 큰 변화다. 회의 성격에 따라 50명 미만의 인원이 참가하고 필요하면 온라인 등을 활용해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2021년에는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거의 매달 계열사 현장을 꼭 필요한 소수인원과 함께 ‘조용히’ 방문하고 있다. 현장 직원들조차 구 회장 방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의전 때문에 업무부담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구 회장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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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