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로 불리는 배양육이 실제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가 배양육 생산기업 ‘업사이드 푸즈’ ‘굿 미트’의 닭고기 제품 민간판매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이들 배양육 생산기업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사람이 배양육 제품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다. 굿 미트는 최근, 업사이드 푸즈는 지난해 11월이었다.
이번 승인은 나라로는 두 번째 사례다. 굿 미트를 계열사로 둔 ‘잇 저스트’가 싱가포르에 이미 배양 닭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판매 승인을 받았고, 특정 식당에서지만 실제로 배양 닭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배양육은 이름 그대로 세포를 배양한 고기다. 동물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근육세포로 분화한 뒤, 배양액을 담은 생물반응기에 넣어 고기 조직을 만든다. 과거에는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꿈의 기술이다.
윤리적인 이유를 드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배양육 기술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육류 공급 차질 가능성 때문이다. 일례로 몽골에서는 재앙을 뜻하는 ‘조드’로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조드는 가축 집단 폐사를 부르는 기상이변이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최근 수년 동안 몽골 내 50만마리 가축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비단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하는 기후변화로 전 세계 육류 시장이 장차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 더욱이 배양육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고, 가축 사육 두수까지 줄일 수 있다면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최대 500리터(ℓ)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 배양육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량생산까지 기술적 허들이 산재해 있다.
실제로 배양육 시중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판매가 이뤄지는 싱가포르에서도 연간 약 2300㎏ 배양육이 판매되는 실정이다. 향후 미국 판매가 가능해진 업사이드 푸즈, 굿 미트도 미국 일부 식당에 한해 제품을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생산단가를 잡는 기술적 도전이 시급하다. 초창기 수억원에 달했던 생산단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 단가가 높다.
배양육 생산단가 절반 이상은 배양액에 소요되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직은 배양 기술 최적화, 대량생산기술 개발 등 과학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양육을 더 맛있게 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육 사이에 적절한 지방이 낀 마블링, 근육 활동으로 이뤄진 고기 육질 등 우리가 익숙한 고기 맛을 내는 요소들을 구현하는 것이 도전 과제다.
물론 이들 기술이 완비되지 않아도 분쇄육, 가공육 등에 활용돼 제 역할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맛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가 없다면, 배양육 이용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