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서 방침 밝혀
‘우려’ 넘어 객관적 데이터로 ‘진전’ 모색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정책을 그동안 의료계에서 제기해온 ‘예상되는 우려’가 아닌 ‘실제 데이터’ 기반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시범사업 기간에 비대면진료 이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를 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킥오프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방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당초 1시간 동안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비대면진료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업권별 의견을 청취하면서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자문단이 첫 발을 내디딘 자리인 만큼 보건복지부와 10개 업권별 대표 간 상견례 분위기로 이뤄졌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비대면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전제에 정부와 각 업권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디지털헬스산업협회,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참여했다. 전문가로는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와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가 포함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의료법과 약사법이 개정되지 않았고 안전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 재진 중심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아 제한적인 시범사업 형태의 비대면진료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비공개로 이어진 회의에서 박 차관은 9월 시범사업이 정식으로 시작한 후에도 자문단을 계속 운영하며 비대면진료 입법화에도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비대면진료가 산업계 이익 추구에 치중됐다며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해온 일부 의료계도 변화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구체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해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료계 한 관계자는 “발목을 삐었을 때 냉찜질을 해야 할지 온찜질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 비대면진료에서는 의사가 아무말도 해줄 수 없다”며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포기하게끔 한 현 방식이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 방침에 반색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비대면진료에 대한 업계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제대로 없었는데 정부, 의약업계와 함께 정식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큰 변화”라며 “특히 추상적인 우려를 탈피해 실 데이터 기반으로 정책 개선 방향을 짜겠다는 정부 방침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