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원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증착 공정 핵심 부품인 ‘마그넷 플레이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부품으로, 파인원은 국내 대기업과 중국 기업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며 수입 대체는 물론 수출에도 성공했다. 파인원은 독자적인 자기장 해석·자석 배합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018년 설립된 파인원은 OLED 소자 증착용 부품인 마그넷 플레이트를 개발했다. 마그넷 플레이트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유기발광층을 증착하는 공정에 활용한다. 영구자석으로 기판과 유기물을 통과하는 파인메탈마스크(FMM)를 밀착시켜 FMM이 쳐지는 현상을 막는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제품이 요구됨에 따라 FMM이 얇아지고 원장 크기는 확대됨에 따라 마그넷 플레이트 중요도는 확대되는 추세다.
고재생 파인원 대표는 “한 증착 장비에 수천개 탑재되는 마그넷 플레이트가 얼마나 균일하게 마스크를 밀착시키는냐가 불량화소 최소화와 수율 확보 등 고품질 디스플레이 생산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파인원은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6세대 증착기용 마그넷 플레이트를 납품했다. 소모성 부품인 마그넷 플레이트는 그동안 일본 대표적인 증착기 제조기업 C사가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장비 제조사가 직접 제작한 부품을 대체할 만큼 디스플레이 제조사로부터 파인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고 대표는 파인원 기술력으로 자기장 설계 능력을 꼽았다. 사전에 디스플레이 크기와 영구자석의 자기적 특성값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 실제품과 시뮬레이션 제품간 자기장 정합성을 3% 이내로 최소화했다.
고 대표는 “영구자석이 발생하는 자기장은 장비에 부착했을 때 주변 환경에 의해 2차로 자기장 변화가 발생한다”면서 “요크플레이트에 장착된 2500여개의 영구자석 간 발생하는 자기장 변화를 사전 예측해 고객이 원하는 자기장 값을 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희토류와 니켈 등 원재료 배합 기술을 갖춰 고품질 영구자석을 생산한다.
파인원은 최종 생산한 제품의 자기장을 3D 스캐너로 자동 측정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수동으로 측정해 측정 위치와 측정자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타사 방식에 비해 신뢰도를 높였다. 파인원은 마그넷 플레이트 조립체와 응용 부품 관련해 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고 대표는 “자동 측정과 시뮬레이션 기능으로 고품질 생산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파인원은 정보기술(IT)용 OLED 증착 핵심기술 개발에 따른 수출 확대와 기술 자립을 기대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의 8세대 이상 생산 설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원장크기를 의미하는 세대가 더 높을수록 더 큰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현재는 6세대 OLED 생산이 이뤄지는데, 파인원은 최근 8.5세대 마그넷 플레이트를 자체 개발했다. 10.5세대용 3D 자기장 스캐너 기술도 확보, 차세대 OLED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고 대표는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앞으로 5년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핵심부품 시장에 진입한 만큼 지속적인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인원은 이달 말 소재·부품 생산 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 신화성공장의 정식 가동을 앞두고 있다. 8세대 OLED 디스플레이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한 투자다. 이를 위해 파인원은 지난해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시리즈C 투자도 유치해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파인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스플레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반도체 12인치 웨이퍼 증착장비 국산화와 리튬 이차전지용 복합 탈철 장비 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고유 자성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핵심 기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설립 4년 만에 매출 406억원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파인원은 마그넷 플레이트를 비롯한 소부장 핵심 부품 공급을 확대, 내년 매출 1000억원에 도전한다.
고 대표는 “마그넷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공정에서 계속 활용될 수밖에 없는 핵심 부품”이라면서 “마그넷에 있어선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고용 창출 역시 파인원 사명 중 하나다. 파인원은 일신여상, 수원대와 디스플레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인턴, 실습 등 채용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 기업임에도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 가까이 달할 정도로 여성 친화 복지 정책도 마련했다.
※고재생 파인원 대표 인터뷰
-마그넷 플레이트 사업 진출 계기는?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IT 제품이 처음 등장할 당시만 해도 원장크기가 2세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7~8년전 4.5세대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는 증착기술 중요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증착기는 일본 기업이 대부분 공급하지만, 그 안에 탑재되는 소모성 부품은 국산화해보자고 결심했다. 중국 기업에 마그넷 플레이트 공급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으로 수요처를 확대할 수 있었다.
-기존 일본 부품을 대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당연히 쉽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공정 경험을 보유한 개발 인력과 함께 사전에 자기장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고해상도 추세에 따라 마스크가 갈수록 얇아지는 상황에서 균일하게 자기장을 확보하는 능력을 대기업으로부터 오랜 검증 끝에 인정받았다. 아직 경쟁사는 구현하지 못한 기술이다.
-사업 5년 만에 빠르게 매출을 증진할 수 있었던 방법은?
▲창업 전에도 디스플레이업계에 종사하며 중국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했다. OLED 시장이 개화되기 전부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다졌던 것이 주효했다.
-이노비즈인증 획득으로 도움을 얻은 부분은?
▲(협회로부터) 금융, 세제 혜택 관련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청년에 치우친 고용 친화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 고용지원책에는 만 34세 이하 청년 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에선 40대 이상 50대 이하 개발·생산 인력의 기여도가 상당하다.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이들 연령대에 대한 고용 지원책도 필요하다.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중소기업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장비 확보와 설비 투자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제조업 현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