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9〉보틀넥, 그 마저 해낸다면

보틀(bottle). 액체를 담거나 운반하기 위한 목이 좁은 속이 빈 용기를 말한다. 원체 널리 사용된 탓인지 고대 프랑스어에는 부티유(boteille), 스페인어로는 보텔라(botella)처럼 진즉 쓰였다. 그러다보니 보틀넥(bottleneck)도 병목이나 장애물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다. 흥미롭게 위쪽을 아래쪽보다 굵은 체로 인쇄하는 경우 보틀넥드(bottlenecked)란 인쇄용어도 있다.

분명 혁신에는 흔한 곳과 척박한 지형이 있는 듯하다.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어딘가는 화성 표면 같은 붉은 먼지로만 뒤덮인 곳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해라는 증거가 있다.

조이 글로벌(Joy Global), 1884년 설립된 광물 채용 컨베이어 같은 시스템이나 굴삭, 채굴, 드릴 같은 장비를 팔았다. 이 오래된 산업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갈수록 양질의 광석이 줄다보니 채굴 비용은 갈수록 증가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 탓에 원자재 가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러니 이윤은 줄고 판매도 감소했다. 장비 가동률을 높이고 있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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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관건은 광석 톤당 비용을 줄이는 것. 답은 전체 채굴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외엔 없었다. 1998년 조이 글로벌은 최초의 스마트 채굴기를 내놓는다. 이건 자체 동력에, 원격으로 기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2001년에는 광산 전체 장비를 데이터 케이블을 사용해 지상 컴퓨터에 연결되도록 했다. 이러자 기계 성능과 결함을 원격 모니터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센서와 확장된 모니터링과 진단 기능을 추가했고 이제 지상에서 웬만한 건 통제할 수 있게 된다.

2008년이 되자 케이블은 무선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남아프리카에 흩어져 있던 광산을 모두 통제센터로 연결했다. 남아프리카 스마트서비스센터는 장비의 운영 및 유지 관리, 가동 최적화를 포함한 6개 센터 중 첫 번째가 됐다. 그리고 이즈음 조이 글로벌은 더 이상 채굴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이렇게 스마트화되고 상호 연결된 장비들은 고객에게 스마트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는 광산에 배치된 모든 장비의 원격 모니터링에서 원격 진단, 자산 관리, 최적 운영, 시스템 운영 교육까지 포함돼 있었다. 2016년 즈음에는 서비스 판매가 매출의 78%를 차지한다. 누가 보더라도 어엿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이 되어 있었다.

지금 조이 글로벌의 자동화 롱월 시스템에는 무려 7000개 센서가 들어있고, 3분이면 100톤을 실을 수 있는 탄차를 채울 정도이다. 그리고 성능 기반 서비스 계약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가동율은 20%, 생산량은 65%나 증가한 고객까지 생겼다.

조셉이란 이름의 메릴랜드 시골 출신 12살짜리 아이가 탄광에 일자리를 얻는다. 첫 역할은 막장에서 잡석을 치우는 것, 그 다음은 석탄을 레일 차량에 싣는 일을 했다. 20세 즈음 그는 우편 과정으로 기계학을 배우고, 1919년 첫 특허를 냈고,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딴 채광기계사를 설립한다.

조셉 프랜시스 조이란 메릴랜드의 컴벌랜드라는 작은 광산 마을 출신 어린 잡석청소부에게서 시작된 이 기업은 비록 2017년 코마츠에 인수합병됐지만 주주들은 주당 28.3달러, 거의 29억달러를 보상받게 했다. 만일 조셉이 그 깊은 막장의 흐릿한 전등 불빛 아래서 190개의 특허를 떠올렸다고 그중 태반이 ‘최초’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 것이라면 도대체 이걸 못할 비즈니스가 어디 있겠나 싶다.

혁신의 빈자리는 내가 아닌 누구 탓이랄 것 없는 것임을 조셉이란 아이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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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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