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가 29일 휴대용 게임PC ‘ROG 엘라이’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99만9000원이다. 지난해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운영사 밸브가 선보인 ‘스팀덱’과 비교해 동일 용량(512GB) 기준 1만원 차이다.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과 윈도11 기반 범용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 최근 부상하는 휴대용 게임기기 시장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제품 출시 전 에이수스로부터 기기를 전달받아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ROG 엘라이는 그래픽 연산 능력으로만 놓고 보면 스팀덱 대비 5배 빠르다. 체험기간 중 베타테스트가 진행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와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도 적절한 그래픽 설정을 통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버튼 한번으로 기기 설정을 돕는 커멘드 센터로 진입해 게임 패드 모드 혹은 데스크톱 모드를 간편하게 선택 가능했다.
윈도11으로 구동되는 만큼 거의 모든 게임 플랫폼을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다. 스팀은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게임패스, 에픽게임즈 스토어, 배틀넷과 엔씨소프트 퍼플까지 모두 웹으로 접속해 기기에 설치 가능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가 운영하는 인디 게임 유통 플랫폼 스토브 인디 역시 별다른 불편이나 번거로움 없이 이용 가능했다.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디스플레이다. 7인치 화면은 풀HD(1080p)에 최대 120Hz 주사율과 500니트 밝기를 지원한다. 휴대기기임에도 게이밍PC나 콘솔에서만 경험하던 트리플A급 최신 게임의 미려한 그래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스팀덱이 스팀OS 최적화를 통해 고성능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했다면, ROG 엘라이는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사실상 제한없는 PC·콘솔 게임 경험을 구현했다.
그동안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던 휴대용 게임PC(UMPC) 시장은 지난해 밸브가 스팀덱을 선보이며 대중화 물결을 탔다. 스팀덱은 출시 이후 1년이 넘도록 스팀 플랫폼 내 글로벌 게임 최다 판매 항목에서 최상위권을 지켰다. 특히 평소 집에서 PC 게임을 즐길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를 일으켰다.
게이밍 노트북으로 유명한 에이수스가 고성능 게이밍 기기 브랜드 ‘ROG’ 라인업으로 선보인 엘라이도 스팀덱의 선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당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던 기존 ROG 제품과 달리 시장에서 기대하던 100만원대 이하로 책정한 것도 시장 선점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AS 인프라가 없다시피 한 스팀덱과 달리 에이수스 용산 직영센터에서 사후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한편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넥슨,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 글로벌 PC·콘솔 게임 시장 도전에 나선 국내 게임사도 관련 인터페이스에 대응할 전망이다. 넥슨이 스팀 얼리액세스 중인 ‘데이브 더 다이브’는 이미 스팀덱과 호환된다. 네오위즈 ‘P의 거짓’ 또한 스팀덱 대응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