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앞두고 의료계-플랫폼 업계 정면 충돌

Photo Image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 결의대회

정부가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공식화하면서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초·재진 허용 범위와 약배달을 두고 혼란이 계속된다.

대한약사회는 14일 대한약사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시도지부장 및 분회장 결의대회’를 열었다. 약사회는 결의대회를 코로나19 위기가 안정화돼 가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정부 정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의료체계가 비대면 진료로 전환이 필요하다면 단순히 비대면 진료 앱 기업의 이익보장 차원에서 사업 연장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비대면 체제 내에서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기에 앞서 △표준화·개방화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의약품 공급불안정 해소를 위한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및 사후통보 간소화 △환자 중심 약국 선택권 보장 △플랫폼 개입 없는 약사 주도의 합법적인 약 전달 △비대면 플랫폼 업체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기구 설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오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대면 진료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를 지속해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꼼수”라면서 “플랫폼 업체, 의료기기 업체, IT 업체, 통신 재벌, 민간보험사들의 이윤을 위한 원격의료 추진이 아니라, 공공병원과 의료인력 확충에 관심을 가지고 아낌없는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Photo Image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현행대로 비대면 진료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지난 12일 시범사업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는 당장 아픈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이용하는 게 가장 핵심”이라면서 “방문 병원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지금과 같이 아플 때 이용하는 경험이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밝히는 재진 원칙 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것이 적용됐을 때 국민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이 이용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현장에서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혔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따른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당·정협의 등을 거쳐 5월 중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마련한 후 6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 허용을 ‘진료과목별’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자료를 발표했다. 신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9월말까지 내·외과에서 제공된 ‘비대면진료 현황’ 자료 1223 만건을 분석했다. 내과 비대면 진료 초진율은 9%로 주로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했다. 외과 비대면 진료 초진율은 12%로 바이러스질환 환자들이 이용했다. 비뇨기과는 비대면 진료 91%가 재진이었다.

신 의원은 “의료 접근성 강화와 지속적인 의료제공을 위해 ‘진료과목별’ 비대면 진료 활용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