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통 문화 ‘디지털 에셋’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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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최근 한옥을 비롯해 우리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3D 에셋이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에서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댓글 테러를 당했다. 조선시대 전통 양식이 담긴 ‘창원의 집’과 ‘제주목관아’ 등 실존 건축물을 3D 모델링한 데이터임에도 ‘중국 문화’라는 억지 주장이 펼쳐졌다. 게임 속 ‘한복’에 대한 문화공정 악몽이 채 잊히기도 전에 한옥까지 눈독을 들인 것이다.

에픽게임즈가 운영하는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는 언리얼엔진 관련 3D 작업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에셋이 유통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고품질 게임 제작에 널리 쓰이는 언리얼엔진은 게임뿐 아니라 방송·영화·드라마 등 엔터 분야와 건축 설계, 자동차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 에셋 등록을 통해 전세계 창작자와 접점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관련 작업을 추진한 곳은 한국문화정보원이다. 언리얼 마켓 플레이스와 유니티 스토어 등에 한국 전통 문화재 디지털 에셋을 무료 사용 가능하도록 등록했다. 철저한 전문가 고증을 거쳐 한옥과 전통 문양, 처용무 복식 궁궐 처마, 전통 가옥 재질과 기와 형상 등 수천여건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했다. 각종 게임 배경이나 캐릭터 디자인 등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데이터를 개방, 전통 문화자산이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예산이다. 각종 문화재를 3D 스캔하고 모델링 작업을 거쳐 디지털 에셋화 하는 작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플랫폼에 등록하더라도 단기간에 눈에 띄는 활용 성과와 결과물을 내놓기도 어렵다. 전세계 창작자가 콘텐츠 제작 과정에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우리 전통 문화재 에셋에 손이 갈 수 있도록 오랜 시간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과 협업도 한 방법이다. 펄어비스가 대표작 ‘검은사막’ 신규 콘텐츠로 선보인 ‘아침의 나라’는 문화재청 등 자문을 받아 게임 속 각종 소품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정교하게 묘사했다. 청주 상당산성, 담양 죽녹원, 구례 사성암, 용인 한국민속촌 등 명소 또한 생생하게 구현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활용 역량을 지닌 국내 게임사 등과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협력해 전통 문화재 디지털 에셋을 공동 제작하는 것을 기대해 볼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까지 문화 디지털 사업과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제1차 문화 디지털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기술을 K컬처가 세계로 확산하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글로벌 플랫폼에 고품질 전통 문화재 에셋을 등록하는 것은 ‘디지털 신대륙’에 깃발을 꽂는 것과 같다. 디지털 영역에서 세계인이 우리 전통 문화를 접하고 즐기며 흠뻑 젖어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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