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계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와 교류 확대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한일 경제계 협력에 기대감을 표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에 따른 안보동맹 강화와 함께 산업에서 문화에까지 이르는 폭넓은 교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제6단체장은 8일 기시다 총리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6단체장과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각 경제단체장은 기시다 총리에게 한일간 활발한 경제 교류를 위한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기업간 협력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날 한일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을 선언한 것과 관련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 공조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12년 만의 정상회담과 셔틀외교 복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제·안보·공급망에 대한 높은 관심에 감사드린다”라며 “양국 기업들간 상호교류 확대와 국민, 특히 청소년 세대간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매년 9월 서울과 도쿄에서 개최되는 ‘한일 축제 한마당’의 한국측 실행 위원장이다.
기시다 총리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한일 경제계가 공급망 강화, 첨단산업 분야 협력 등에서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좋은 말씀을 아주 많이 해주셨다”며 “앞으로 일본과의 경제 협력에 대해 서로 각자 먼저 하자라는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도 논의됐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이 일본 중소기업과 원만한 거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양국 중소기업 간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우리가 일본에서 부품 소재를 가져다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하는 부분에서 서로 이익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는 접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반도체 동맹’ 등에 대한 질문에 “그런 디테일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며 “단지 경제 협력과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관련된 전체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양국이 협력해서 제3국 진출 노력을 하고, 특히 광물 자원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일본 정부가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경제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양국은 해외자원 공동개발 및 전략물자 공급망 협력을 통한 공동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은 지난 3월 경단련과 합의한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 조성했다. 이에 대한 세부실행 방안이 10일 일본 현지에서 공동 발표될 예정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