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어서 한 번에 가면 몸이 못 버텨. 통로 700개를 지나가야 한다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서 로켓과 그루트는 라바저스인 크래글린, 욘두와 함께 '에고'에게 붙잡힌 스타로드(피터 퀼, 크리스 프랫 扮)를 구하기 위해 '점프 포인트')라는 성간 항해술을 사용한다. 이들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700번 점프를 한번에 하게 된다. 과도한 점프 부작용으로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몸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결국에는 우주선 안을 뒹굴고 토하며 종착지에 도달한다.
수십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 사이를 누비려면 빛의 속도로도 역부족이기 때문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 창작물에서는 대부분 '웜홀(Worm Hole)'을 작중 이동 수단으로 차용한다. 웜홀은 아인슈타인이 1935년 미국 물리학자 네이선 로젠과 함께 제시한 '아인슈타인-로젠 다리'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우주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커서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체를 뜻하고 화이트홀은 힘이 작용하지 않아 물질이 내부로 들어갈 수 없고, 내뿜기만 하는 천체를 의미한다. 공간을 왜곡해 거리가 먼 두 지점 사이를 좁히는 지름길을 일컫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세계관에서 웜홀의 출입 지점들을 연결한 점프 포인트 네트워크는 마치 정류장과 같다. 작중 인물들은 대중교통을 환승하듯이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행성 사이 거리를 광년이 아닌 점프 수로 표현해 우주 여행이 일상이 된 사회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웜홀을 통한 우주 여행이 실제로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과학자들은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선 웜홀을 열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열린 상태로 유지하려면 인력을 상쇄하는 음에너지(negative energy)가 공급돼야 한다. 다량의 음에너지 유지 및 보관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과 1개 크기의 웜홀을 위해 태양이 1억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와 맞먹는 수준이 필요하다.
영화 내 희화적 요소로 사용된 신체적 부담도 실제로 웜홀을 통한 여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다. 웜홀은 불안정하게 공간을 왜곡할 뿐 아니라 다량의 방사선도 방출하므로 영화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장시간 노출 시 몸에 상당한 위해를 줄 수 있다.
시리즈 도합 전 세계 흥행 수익 16억3710만달러(약 2조원)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는 5월 3일 개봉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를 비롯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은 모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에서 시청할 수 있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