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오은진 포스텍 교수 “공학문제를 수학적 기법으로 풀어낸다”

그래프 알고리즘 가운데 기하학적 성질 갖는 그래프 문제에 특히 관심
기술 흐름 보면서 기술 변화에 주춧돌 하나 정도 얹어보고 싶은 꿈 가져
'냉정과 열정'오가는 것 처럼 각기 다른 분야 잘 활용하는 연구자 될 것

구글맵, 네이버 지도와 같은 지도앱은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찾아준다.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때는 고속도로와 무료도로에 따라 다른 경로를 찾기도 하고, 지하철을 탈 때는 환승을 덜 하거나, 시간이 덜 걸리는 경로를 마음대로 찾을 수도 있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도 있다. 가상의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3차원의 도시를 만들어 도시가 가진 문제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결해볼 수도 있고 공정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들을 연결하고 정제하며 각 데이터 객체 간 관계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예측 분석을 가능케 한다.

Photo Image
오은진 포스텍 교수

“서로 다른 기술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사이언스에서는 그래프를 '차트(chart)'라고 부르죠. 그래프는 데이터 저장방식으로 모든 점(nodes) 사이의 관계(edges)를 정의하는 것으로 만들어집니다.”

오은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그래프 알고리즘 중에서도 평면그래프를 연구하는 학자다. 컴퓨터 공학분야에서도 수학에 가깝다. 특히 오 교수는 그래프 알고리즘 중에서 기하학적인 성질을 갖는 그래프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이를 기하학적 도형을 다루는 계산기하적 방법으로 풀어내는 융합적 방식을 사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공학 분야의 문제를 수학적 기법으로 풀어내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기술 변화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휴대폰도 처음에는 전화만 되다가 나중에는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들으며 수많은 기능을 갖추게 됐으니까요. 저도 기술 변화에 적어도 주춧돌 하나 정도는 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죠.”

오 교수는 특히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체계적인 이론 구축도 해보고 싶었지만, 이론 구축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수학에 가까운 적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학도 되기를 희망했던 이유다. 그렇게 2008년 포스텍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처음 관심을 가졌던 전공은 근본적인 증명보다는 응용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고, 제가 생각한 것과 달라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에서 알고리즘을 접하며 컴퓨터공학의 세계에 관심을 가졌죠.”

오 교수는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을 계기로 컴퓨터공학에 빠져들었다.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초 이론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학과 같은 방법론을 통해 공학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대학원에 진학하고, 독일 최고 연구소 중 하나인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Photo Image
포스텍 정문

그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서 로봇이 길을 찾는 방법을 연구했다. 막스플랑크컴퓨터연구소가 우수한 여성 컴퓨터 과학자를 선정, 2년에 한 번 수여하는 리제 마이트너상(Lise Meitner Award)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첫 수상이었다.

오 교수는 다양한 그래프 알고리즘의 문제를 계산 기하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반대로 계산 기하 문제는 그래프 알고리즘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각기 다른 두 분야를 잘 활용할 생각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연구는 지금의 코딩 중심 연구와 비교하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미래 사회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가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정제할 수 있는 이론 정립도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오 교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주는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뜻을 이뤘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