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칩은 내부 박막을 설계된 값으로 균일하게 형성할수록 품질이 향상되며 두께가 달라지면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품질 및 수율 확보를 위해 박막 두께와 굴절률 실시간 측정이 화두지만, 조건에 따라 측정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 해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빠르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총장 김이환) 소속 이준영 석박사 통합과정생(UST-한국표준과학연구원 스쿨, 정밀측정 전공)이 1저자, 진종한 교수(UST 정밀측정 전공책임교수, 표준연 책임연구원)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한 박막 두께 및 굴절률 측정'연구 논문이 국제도량형국(BIPM)이 주관하는 측정표준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메트롤로지아'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박막 두께와 굴절률을 측정하기 위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엄밀한 측정을 거쳐 결과값을 알고 있는 샘플인 '박막 인증표준물질(CRM)'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국제도량형국 기준에 맞춰 측정불확도(측정결과 신뢰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지표)를 완벽히 평가했다.
'인공지능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을지'를 과학적으로 분석·제시한 것으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활용한 측정표준 제시의 세계 최초 사례다.
그간 인공신경망은 결과값을 내는 내부 프로세스를 알기 어렵고, 정확도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워 신뢰도 문제로 측정 연구 분야에서 활용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공지능이 물리량 측정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학계로부터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메트롤로지아 심사위원들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 측정학 분야에서 새롭고 믿을만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며 창의성, 신뢰성, 선도성 측면에서 호평했다.
산업계 수요 측면에서도 미래가치가 크다. 현재는 박막의 두께 측정 시 소자 위에 한 점에 대해서 그 점의 굴절률과 두께를 측정하는 방식인 모델기반분석법이 활용되고 있다. 당장은 이 측정법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향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이 초고도화 될수록 선, 면의 대단위로 박막 두께를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때 인공신경망 활용 측정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AI 기술을 측정표준에 적용하려는 학생 관심과 연구 아이디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U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쿨에서의 AI 전문가 교수 강의 수강, 국가측정표준기관인 표준연 박막 인증표준물질 및 첨단 인프라 활용, 측정연구(광학) 국내 최고 전문가 지도교수의 지도 등 특정 전공분야를 넘어선 노력들이 더해져 창출된 성과다.
이준영 학생은 “관심 기술이던 AI를 측정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결과로 뜻깊고 많은 조언과 지도를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며, “향후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이번 연구성과가 응용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종한 지도교수는 “일반 대학원에서는 접할 수 없는 측정표준 기술에 AI 기술을 결합해 탄생한 UST만의 차별화된 융합 학문적 성과”라며, “이번 사례를 통해 향후 다학제 연구 활성화에 영감을 주는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U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이공계 특성화 대학원으로, 30개 국가연구기관에 교육 기능을 부여해 일반 대학에서는 활용이 어려운 거대, 초정밀 연구장비를 활용한 연구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바이오, 항공우주, 신에너지 등 국가전략 분야의 42개 전공을 운영 중이며, 국가연구소의 박사급 연구원 약 1만6000명 중 우수 연구자 약 1200여 명이 UST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되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UST는 2023년 전기 현재까지 박사 1356명, 석사 1988명 총 3344명 이공계 석박사 인재를 배출했으며, 1384명 학생이 재학중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