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에서 비즈니스를 원점으로 재설정하겠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정부는 물론 기업에도 '관점'은 전략의 출발점을 설정하는 기준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시각에서 페인 포인트를 찾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고객 시각에서 서비스를 뜯어고치기 위해 대대적으로 기업 문화를 쇄신하고,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들여 시스템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흔히 지적받는 탁상행정은 국민 페인 포인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다. 정부가 국민 중심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사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및 업권의 목소리와 실제 국민이 누릴 혜택을 냉정하게 구분해서 발라내는 작업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의료계는 오랫동안 비대면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정보의 제3자 전송 문제를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이 정보기술(IT)과 디지털전환(DX) 경험이 세계적으로 앞선 것과 별개로 비대면 의료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후 2021년 국가 장기발전 전략에 비대면 진료 산업 육성을 포함했다. 2019년에는 의약품 판매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7억명에 이르렀고, 시장은 약 6조757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의료와 개인 의료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당장 개인 의료데이터의 경우 금융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활용 활성화 요구가 커졌다. 정부가 정보 오남용을 방지하도록 마이데이터 체계를 직접 설계한 만큼 사용자에게 더 실효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진료도 화두다. 초진의 비대면 진료 범위 포함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민간 사업자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초진을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물론 우려도 있다. 초대형 온라인 약국, 초대형 비대면 진료 전문병원이 등장해서 기존 플레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플랫폼 독식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비대면 의료가 진짜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인지, 신규 산업 활성화가 목적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문제의 근본으로 지적한다. 이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민 건강정보를 불필요하게 유통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의료 서비스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 의료계, 기업 간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자 이익이 아니라 서비스 최종 수혜자인 고객, 즉 국민 입장에서 시각을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의료 서비스는 아직 국민에게 어렵고 불편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