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인도장 17일부터 가동…중소면세점 “주류·담배 제외를”

면세점협회, 부산항 시범 운영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 일환
중소업체, 매출 감소 불가피
관세청 "민관협의체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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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구역 전경

관세청이 추진하는 면세품 입국장 인도장이 오는 17일 부산항에서 첫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입국장 인도장은 출국 전에 구입한 면세품을 입국할 때 찾는 장소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주류·담배 품목 인도 대상 제외'라는 마지노선을 내걸고 반대 각을 세웠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면세점협회는 오는 17일부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면세품 인도장 운영을 개시한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입국장 인도장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6개월 동안 개장을 준비해 왔다.

인도장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에 마련했으며, 올해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이용 대상자는 해외에서 부산항을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이다. 국내 시내면세점이나 출국장면세점, 인터넷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한 후 인도장 위치를 부산항으로 설정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인도 한도는 면세 한도와 같이 1인당 800달러까지 가능하다.

면세점협회 관계자는 “현재 인도장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시스템 연동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입국장 인도장 도입은 지난해 9월 관세청이 내놓은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여행 기간 면세품 휴대로 말미암은 국민 불편을 해소해서 면세점 이용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중소·중견 면세점의 반대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국내 입국장 면세점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경복궁면세점이 인천공항·김해공항, 그랜드면세점이 김포공항·대구공항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다. 면세 한도가 1인당 800달러로 제한된 상황에서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서면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소·중견 면세점이 모여 입국장 인도장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관세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핵심 품목인 주류·담배라도 인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 면세점 관계자는 “최소 요구 조건으로 주류·담배 품목의 인도 대상 제외를 요청했다”면서 “입국장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주류·담배마저 허용된다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주 도입되는 부산항의 입국장 인도장은 주류·담배를 포함한 전 품목을 인도할 수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출범한 민·관 합동 협의체 '면세산업 발전 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협의체에서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 시 주류·담배 품목을 1년간 인도 대상에서 유예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부산항 입국장 인도장의 시범 운영을 통해 이용객의 편의성이나 기존 면세점 영향 등 여러 가지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