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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도 어김없이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일반적으로 황사는 중국과 몽골 남부지역에 걸친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모래 먼지로 올해는 중국 북방 대부분 지역이 모래 먼지로 뒤덮일 정도로 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중국 황사로 인한 영향이 심각한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황사가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을 비롯한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봄과 함께 찾아오는 황사는 '불청객'이다.

황사는 공기 중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00㎍/㎥ 미만이면 옅은 수준으로 분류되며, 미세먼지 농도가 400∼800㎍/㎥ 수준이면 짙은 황사, 800㎍/㎥ 이상은 매우 짙은 황사로 예보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동안 800㎍/㎥ 이상이면 황사경보를, 400㎍/㎥ 이상이면 황사주의보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3일을 기점으로 올 봄 들어 처음으로 수도권 전역에 황사 위기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짙은 황사가 관측됐다.

중국 황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상현상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종 기록에서는 이를 '토우'로 지칭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황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는 물론 피해 정도까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황사가 주로 발생하는 중국 북부지역이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매년 내몽고, 간쑤, 신장지역을 중심으로 2330㎢가량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자국 내 인구 증가로 인한 무방비한 방목을 비롯해 농축산업에 필요한 지하수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호수나 강이 말라붙기 시작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가뭄 현상이 심화하면서 황사는 규모 확대와 더불어 봄뿐만이 아니라 겨울에도 발생하고 있다. 황사 발원 지역을 덮고 있던 눈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으면서 황사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점도 규모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여기에 최근 황사는 중국 산업지역을 거치며 질산, 납, 크롬 등 중금속과 다이옥신까지 묻어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단순한 모래 먼지가 아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자 산업 활동까지 저해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대응책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필터를 전기 집진 원리와 결합한 공기 청정 시스템은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세먼지 제거 필터를 드론에 장착, 특정 오염 지역에 날려 이를 흡착하는 기술도 주목된다. 수백~수천대 드론을 활용, 체공 시간을 늘리면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공강우 기술 또한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인공강우는 구름 입자를 자극해 비를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염화칼슘이나 요오드화은을 대기 중에 살포, 주변 수증기를 달라붙게 해 커다란 빗방울을 만드는 원리다.

다만 이러한 황사가 단순한 불청객이 아닌 지구 가열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진은 빙하 코어와 해양 퇴적물 등을 조사한 결과 1800년대 후반부터 인위적·자연적 요인에 의해 대기 중 황사가 55% 증가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지구 가열화를 최대 8% 억제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1850년 이후 전 세계 기온은 섭씨 1.2도 증가했으나 황사량이 동시에 증가하지 않았을 경우 기온이 섭씨 0.005도 더 상승할 수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황사가 태양열과 지구 복사열을 반사해 기후 위기에 영향을 주는 새털구름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황사에 포함된 철, 인 등 성분이 바다로 유입해 식물성 플랑크톤 광합성을 촉진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