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산업 발달과 인구 증가로 물 부족 및 수질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물의 소중함과 수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엔이 정한 날이다. 경제 성장으로 물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강물·호수와 같은 지표수만으로는 물이 부족해졌다. 토목기술 발달과 더불어 지하수 개발이 촉진된 배경이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져 가면서 지표수와 더불어 지하수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심상치 않다.
2022년 태평양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와 온난화 현상이 겹치며 인도 폭우, 영국 폭염, 북미 폭설 등 이상기후가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집중호우와 가뭄으로 피해가 컸다.
기후변화가 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물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 자연환경과 수자원 보호가 절실한 이유다.
기후변화 시대, 제주도와 제주도개발공사에서도 수자원의 보전과 관리에 힘쓰고 있다.
화산섬 제주도는 대표적인 지하수 산출 지역이다. 제주도는 수십만년 동안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스코리어(송이)와 같은 다공성 화산지질로 말미암아 비가 내리면 곧장 지하로 스며든다. 제주도의 강우량은 전국 평균 대비 약 1.7배 많다. 비가 지하수로 만들어지는 지하수 생성률은 전국 14.9%, 미국 하와이 36.3% 정도이지만 제주도는 45.4%로 매우 높다.
제주도의 지하 깊은 곳에는 지하수가 아래로 더 내려가는 것을 막는 '서귀포층'이라는 천연 댐이 있다. 서귀포층 위쪽에는 화산지질층이 시루떡같이 겹겹이 쌓여서 천연 여과층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스며든 비는 서귀포층 위의 화산지질층을 수십년 동안 통과한 뒤 바다 쪽으로 흐르면서 자연 여과된다.
제주 화산암반수가 수량이 풍부하고 방사선이나 유해 중금속에 안전한 이유다.
제주도에서 지하수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이전에는 해안에 솟아나는 용천수를 길어 나르거나 빗물을 받아 사용했다.
현재 제주도 수자원의 약 95%는 지하수에서 공급된다.
제주도민에게 지하수는 귀중한 지하자원이고 생명수인 셈이다.
제주도는 특별법과 지하수 관리조례를 제정해서 수자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 일원화를 위해 제주형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지하수 연구센터를 운영한다. 지하수가 무분별하게 상품화되지 않도록 먹는샘물의 생산과 판매는 공기업에만 허용하고 있다. 특히 지하수 특별관리구역을 설정, 구역 내 개발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취수원도 지하수 특별관리구역에 속한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속 가능한 지하수 보전과 관리를 전제로 먹는샘물 사업을 하고 있다. 오염 요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축구장 100배 면적의 취수원 주변 토지를 매입했고, 106곳의 지하수 관측망을 통해 수질과 수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제주삼다수 취수원 관리를 위한 최첨단 과학 기술도 도입·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신경망과 딥러닝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인 장단기메모리(LSTM; Long Short-Term Memory)를 활용해 제주 남동쪽 표선 유역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2개 지하수위 관측정을 대상으로 지하수 취수 영향을 분석, 지하수위 변동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AI를 탑재한 취수원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제주삼다수 스토리'와 '먹는물수질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먹는샘물 취수원 및 수질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물의 중요성과 수자원 보호 논의를 위해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주물 세계포럼'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물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유한한 자원이다. 물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 써야 하는 이유다. '변화의 가속화.'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다. 물을 소비하고 관리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함께 변화하자는 의미다. 지자체나 정부뿐만 아니라 물을 사용하는 모두가 환경과 수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행동으로 변화시켜 나가길 소망해 본다.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 kgkang11@jpd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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