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 정책과 규제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들은 기후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자금은 537억달러(약 70조원)로 2016년 66억달러(8조원)에 비해 8배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자금은 매년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 펀드 중심으로 기후테크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가 가속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2015년에 설립한 투자 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도 참여한다.
각국의 벤처캐피털(VC)은 재생·대체 에너지 생산, 분산화 솔루션 등 클린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에너지 효율 개선·수요 관리 관련 디지털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VC 투자액은 총 9억달러로 2016년 수준보다 3배 급증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27.6%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최근 세계 최대 VC인 네덜란드 EIT이노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BEV는 카본테크, 푸드테크 등 기후테크 전방위에 걸쳐 투자를 확대하며 제2 테슬라가 될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소 트림의 메탄을 줄이는 기술을 갖춘 호주 기후테크 스타트업 루민8에 1200만달러(156억원)를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탄소포집 스타트업 버독스 등에 투자했다.
IPCC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이 됐는데 매년 3~5ppm 늘어나고 있고, 이 추세라면 20년 후 450ppm가 돼 인류가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2050 탄소중립'에 인류 생존이 달렸다. 현시점에서 이보다 중요한 인류 과제는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벤처투자 시장도 위축되고 있지만 기후테크라는 신시장을 선점하려는 국가 대항전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대비가 시급하다. 마침 오는 5월 부산에서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열린다. 대한민국 기후테크의 현 기술 수준과 미래 가능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기회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주요국들이 기후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장에 적극 참여,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야 한다.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인류를 구할 '게임체인저'가 등장할 수 있도록 우리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키워야 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