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은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등교수업 제한으로 비대면 디지털 교육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에듀테크 산업 수요가 급증했다. 원격수업 확산은 노트북·태블릿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팬데믹이 끝나 등교수업이 재개됐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 비대면 디지털 수업과 기존 대면수업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또는 디지털 양방향 수업 방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교육 의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의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은 종이와 AI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 학습하고, 2028년부터는 전면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다. 2027년까지 학생에게 1인 1기기를 지급하는 등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생은 각자의 성취도에 따라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다.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혁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조성이 필수다. 핵심 학습 도구이자 그 자체로 교과서 역할을 하는 스마트 기기 환경 구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동등한 환경이 아니라면 스마트 기기 유형과 성능 차이, 네트워크 접근성 등에 따라 개인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스마트 기기 활용 수준은 증가하는 보급률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서 수업해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이 꼽힌다. 새로운 디지털 기기 적응 과정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데 추가적으로 다양한 플랫폼과 프로그램까지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교육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회적 인식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스마트 기기를 학습 효과를 높이는 도구가 아닌 공부를 방해하는 디지털 기기로 인식하는 어른이 여전히 많다. 강의실 내 태블릿PC 사용금지 조치가 이슈화된 대학가 사례나 실제 학습용으로 지급된 스마트 기기를 게임 등에 활용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대량으로 보급된 저가형 기기의 사후 서비스 부실 문제 역시 학습 의욕을 저해하는 요소다.
블렌디드 러닝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와 관련 기관은 스마트 기기 보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효율적이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우선 교사 지원책이 시급하다. 교사가 블렌디드 러닝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교육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자진 노력으로 극복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기관이 적극적인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 내실화에 힘쓰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스마트 기기를 진정한 학습효과 배가 기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 및 사후 관리 역시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익숙한 세대에게 맞는 학습 환경 조성과 동시에 부정 사용 방지 프로그램 및 시스템 사전 개발, 동등한 교육환경 제공을 위한 철저한 사후 관리도 필수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로 학교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했지만 이를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극복했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전통과 혁신을 새롭게 결합한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블렌디드 러닝의 빠른 정착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주형 한국와콤 대표 juhyung.kim@wa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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