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로 코 세척한 美 남성, '뇌 먹는 아메바' 감염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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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왼쪽)와 여러 형태의 파울러자유아메바.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피낭 단계, 영양체 단계, 편모충 단계. 사진=미국질병예방센터(CDC)

미국에서 이른바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원충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또 발생했다. 특히 이번 피해자는 수돗물로 코를 헹구다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3일(현지 시각) abc 방송은 미국 보건당국을 인용해 지난달 20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망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건당국은 이번에 사망한 남성이 수돗물로 코를 헹구다 감염된 것으로 보고 같은 달 23일 인근 주민들에게 경보를 발령하고 물로 코를 헹굴 땐 소독한 물이나 증류수를 사용하라고 안내했다. 수돗물을 사용하려면 1분 이상 끓인 뒤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다만 수돗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는 감염되지 않고, 감염된 물이 콧속으로 들어갈 경우 발생한다”고 말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충이다. 주로 호수, 강, 온천과 같은 토양과 따뜻한 민물에서 주로 발견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근래 몇 년간 미국 전역에서 매년 3건 정도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물지만 치명률이 97%에 달해 주의가 요구된다. 민물에서 레저 활동을 즐기거나 비염 환자들이 이 원충에 오염된 물로 코 세척하는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후 잠복기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로, 초기에는 두통, 정신 혼미, 후각 및 상기도 증상이 나타났다가 점차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와 경부 경직이 이어지고 혼수상태를 거쳐 사망에 이른다.

작년 12월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태국에서 넉달간 머물다 온 국내 사망자는 국 당일 두통·열감과 언어능력 소실, 구토·목경직 등 증상을 겪었고 다음 날인 병원으로 응급이송됐다. 이후 입원 10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