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하는 반도체법, 글로벌 경쟁 안 할 건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른바 K칩스법의 조속 통과를 요청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 시 공제율을 중소기업은 투자금액의 16%에서 25%,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금액의 8%에서 15%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 부총리가 국회를 직접 찾은 것은 처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정부 원안 통과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은 지난해 12월 1차 개정안 이후 공제 폭이 경쟁국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경제계의 우려가 나온 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추진된 것이니 정부나 여야 모두 K칩스법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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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DR5 D램

그러나 차일피일 미룰 일은 아니다. 지체하는 사이 경쟁국들은 내달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공장을 짓는 기업에 설비투자 비용의 25%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대만·일본·중국도 반도체 기업에 정책적 지원책과 보조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도체는 선행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승자 독식 사업이다. 주도권을 한번 놓치면 회복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반도체는 가뜩이나 메모리에 편중돼 있는데 중국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한국을 추월한 뒤 메모리까지 넘보고 있다.

대기업 특혜와 같은 지엽적 시선을 거둬야 한다. 비메모리 반도체도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 벗어나 첨단 공정으로의 진화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들어간다. 투자를 할 수 있는 곳, 투자가 가능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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