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창작가 내면의 생각과 정신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서 표현하는 창조 활동이며, 미술품은 미술가의 미학적 언어가 담긴 판타지 세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그 무엇이든 예술이라고 말하는 시대다.
1917년 프랑스 출신 마르셀 뒤샹은 상점에서 구입한 소변기에 'R.Mutt'라고 서명한 후 작품 제목을 '샘'으로 붙여 미국 뉴욕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출품했다. 당시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미술작품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됐으며, '샘'은 20세기 미술사를 빛낸 명작 변기가 된 것이다. 변기가 화장실이라는 장소에 있을 때는 그 기능에 충실하였지만 작품으로 명명되는 순간 예술작품으로 둔갑됐고, 이때부터 순수미술이 내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외적인 요소에서 작품으로 명명되기도 한다는 한 예술가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기존의 예술적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건이 됐다. 이렇게 신화를 일으킨 혁신과 도전으로 뒤샹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다다이즘·초현실주의뿐만 아니라 크게는 순수예술 전반적 영역에서 영향을 미쳤고, 그의 파격적 작품은 아방가르드 예술가에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근대 모던아트의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를 남기게 됐다. 동시대 미술가에게 영향을 미치던 규칙과 재료를 바꿈으로써 미술의 본질은 기존 자연의 아름다운 표현에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진일보됐다. 한 예술가의 억지스러운 예술론과 목덜미를 잡을 법한 독특한 미학적 발상이 예상하기 어려운 뜻밖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게 한 뒤샹의 혁신은 당시 근대화로 급변된 시대 및 산업화의 다채로움과 결합돼 파격적이고 획기적 현대미술로까지 이르게 하였다.
우리는 우연히 어떤 현대미술을 처음 볼 때면 어렵고 난해하게 보이지만 여러 번 감상하다 보면 마음을 강하게 이끄는 차원 높은 아우라에 꽂히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미술이 현대미술이다. 미술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작품 속 형상이나 색채는 관객의 경험, 지적 능력, 상황에 따라 감동과 깊이의 깨달음을 천차만별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미술이 내 안으로 들어오며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들게 된 것은 정말 일생에 있어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감성 게이지를 올리게도 하는 미술은 내가 깨우치지 못한 일상의 한 조각을 새삼스레 발견하게도 하기에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통한 나의 일상은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형형(炯炯)한 빛이 스며 지루하지가 않다.' 순수미술은 고도의 심리적인 생각거리와 끊임없는 물음이 신비롭게도 한다.
평론가나 창작가, 역사가, 사회학자 등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뚜렷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작품에 대한 해석과 생각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같은 작품을 봐도 각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다르고, 어떤 작품은 소개 글 한 줄에 더욱 감명받고, 소개 글이 없는 어떤 작품이라 하더라도 작품 앞에 오래 서 있게 하고, 감동 가득한 눈물을 흐르게 하기도 한다.
좋은 미술작품이란? 고도의 창의성과 영혼을 불어넣은 심리적인 생각거리에다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복잡하고 미세한 차이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작품이다.
요즘 우리나라 애호가들은 미술품을 대하는 생각과 구매 행위도 방법도 다채롭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소비하는 가치소비, 무수한 작가들 가운데 좋은 작가를 찾아내고 공부해서 소비하는 지식소비도 다양하다. 미술품 컬렉팅의 궁극적 목적은 자아실현, 타인의 인정, 인테리어 등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의 현명한 미술품 애호가들은 자신이 컬렉팅하는 목적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다듬고 정립해서 규모 있는 미술 투자도 하니 참으로 고무적인 모습이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어록 가운데 “예술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를 생각하며 문화예술을 행위하고 누리고 향유하는 모든 이가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김미경 케이씨글로벌(Artspace KC) 대표 1223may@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