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중국 핑안보험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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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핀테크 간판 주자를 꼽으라 하면 대부분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떠올리지만 빅테크가 아닌 금융회사로 핀테크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대표 주자는 핑안보험이다. 핑안보험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보험업계 만년 2위였다. 그러나 온라인 보험사(인슈어테크)인 중안보험 설립 이후 디지털화에 올인하며 급성장해서 2018년 보험사 가운데 시가총액 세계 1위, 2020년엔 전체 금융회사에서 매출 세계 2위에 올랐다.

미국과 유럽 아성이던 글로벌 금융계를 경악하게 했다.

핑안보험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시장에선 우선 빅테크와의 적극적 제휴·협력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2013년 11월 핑안보험의 마밍저 회장은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과 함께 중안보험을 설립했다. 3명의 마(馬)회장 성을 따서 이른바 '3마 연합모델'이다.

당시 디지털을 경원시하던 중국의 전통적 금융회사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발상 전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협력' 파격이 핑안보험의 성공 가도 질주에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빅테크와 협력보단 경쟁과 승부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보험업계 입장에선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둘째 중안보험의 차별화 수익 모델도 성공 요인의 하나다. 대표 사례는 2015년에 출시된 탕샤오베이다. 당(糖)을 체크하는 인슈어테크 건강보험 상품으로, 출시 1년 만에 '세계 핀테크 톱100'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위에 오른 이유는 핑안보험 수익 모델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원격 비즈니스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혈당 값을 전송·구축하는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보고 진단·처방하는 원격병원 비즈니스 등 다양한 다른 산업과도 융합 시너지를 냈다. 만약 중안보험 서비스가 핑안보험의 효율성만 높여 줬다면 이는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효과(Replacement effect)만 얻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다양한 산업과의 수익 외 고용 등 시너지효과(Synergetic effect)를 창출한 탕샤오베이의 차별성이 높이 평가됐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중안보험은 설립 1년 만에 가입자 2억 명 돌파, 4년 만에 홍콩에 상장되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셋째 톱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안면인식 기술은 2013년부터 일찌감치 자체 개발을 시작, 지금은 99.8%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부동의 세계 1위다. 설계사의 '업무비서'로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신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다른 보험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생명·건강보험과 관련해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핑안 굿닥터'란 온라인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지난해 손해보험 업계가 다소 호전됐지만 생명보험 업계는 수입보험료가 감소하는 등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 PF로 인한 부실위험이 커져 있는 데다, 올해부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 건전성도 높여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이나 기존 수익모델의 디지털 전환 등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단 얘기다. 하지만 이때 유의할 점이 있다. 디지털 보험으로 아날로그 보험 업무를 대체할 경우 소비자만족도와 보험회사 경쟁력은 높아질지 몰라도 자칫 보험업계 고용 감소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보험판 타다'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미래의 보험 '디지털 헬스케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핑안보험을 스터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빅테크 또는 핀테크 플랫폼과의 협업 내지 역할 분담, '탕샤오베이' 모델과 같이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공동의 시너지 창출방안 등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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