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내달 계정공유 유료화
국내 업계 “당장 계획없다” 입장
반발심리 인한 이탈 규모 주목
효과 확인 후 제도 적용 가능성↑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금지 등 새로운 서비스 정책으로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지각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해외 시리즈 독점 수급 등 국내외 사업자와 경쟁을 거듭해온 K-OTT 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며 시장이 순차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영향을 배제해도 K-OTT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직접 진출했고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티빙 내 '전용관' 형태로 들어왔다. 글로벌 OTT가 국내 시장 확보에 팔을 걷었다.
티빙은 지난해 KT 시즌을 흡수합병했고 웨이브는 미주 중심 K-콘텐츠 OTT '코코와' 운영사 웨이브아메리카를 인수했다. 왓챠는 K-OTT 중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웹툰 서비스 등 사업 확대를 예고했으나 후속 투자 유치 불발로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넷플릭스, 한 가구밖 계정공유금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한 가구' 밖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정책 적용에 시동을 걸었다.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적용해온 '계정 유료 공유' 모델을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차원이다.
넷플릭스는 공식 홈페이지 내 '넷플릭스 계정 공유' 페이지를 열고 “한 가구 내 함께 살지 않는 이용자는 본인 계정을 사용해 넷플릭스를 시청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소유자와 같은 위치에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로 한 가구를 정의했다.
통상 혈연에 기반한 가족이 아닌 같은 집에 사는 이용자 간에만 계정공유가 가능하도록 제약을 두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요금제에 따라 가입자 위치나 동거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 4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제한없이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유료 구독자 기본 위치를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기본 위치에 함께 거주할 경우에만 무료로 지금과 같은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 와이파이 네트워크 연결로 동일 거주 여부를 판단한다.
이용자가 특정 디바이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기본 위치 와이파이에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접속해 넷플릭스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시청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디바이스 아이디와 계정 활동 등 정보로 계정에 로그인한 디바이스가 기본 위치에 연결된 디바이스인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여행·출장 등으로 기본 위치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할 때에는 임시 액세스 코드를 요청해 인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포화된 OTT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동시에 '광고형 베이직' 등 저가 요금 고객 확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제한 적용 시기는 3월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넷플릭스가 2021년 연말 국내 첫 요금 인상 당시에도 약관 변경 공지 한 달 뒤 결제일부터 인상 요금을 적용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국내 계정 공유 제한 및 유료화 시기와 요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공지는 계정 공유가 유료화된 해외 국가 한국인 대상 안내로 동일한 정책이 국내에서 적용될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1분기 후반 계정 유료공유 적용 국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국내에서도 한 가구 이외 계정 공유 금지가 기정사실로 풀이된다. 요금은 이미 계정 유료 공유제도를 도입한 국가 요금제와 유사한 1인당 2500~3800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OTT, 제도 변화 예의주시
웨이브, 티빙, 왓챠 등 K-OTT는 넷플릭스가 국내 계정 공유 금지 도입 시 반발 심리로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이탈 여부와 규모에 주목한다. 국내 OTT 이용자 상당수가 계정 공유 금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단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제3자에 본인 계정을 제공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 유료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2명 정도만 추가 비용을 내겠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이용자 중 본인 명의 계정을 이용하는 비율은 42.8%에 불과하다. 가입자 다수가 가족·지인 또는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구조다. 계정 공유 유료화 시 가입자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500만명 전후로 추산된다.
K-OTT 사업자는 광고 시청을 조건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나 넷플릭스와 같은 계정 공유 제한 계획은 아직 없다.
OTT업계 관계자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후 계정 공유 금지가 시작되면 넷플릭스 가입자 이탈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각사가 킬러 콘텐츠를 보강하면 넷플릭스를 해지한 OTT 이용자가 K-OTT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이는 등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외 OTT 시장이 포화되고 IPTV 등 전통 유료방송 서비스도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국내 미디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탈출구는 필요하다.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도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절실하게 만든다. 앞서 2021년 웨이브는 500억~600억원대, 티빙은 700억원 전후, 왓챠는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K-OTT 사업자는 OTT 시장 선도 사업자인 넷플릭스 정책과 서비스 기능 등을 답습·발전시켜왔다. 이번 광고요금제 효과와 계정 공유 금지 여파를 확인한 다음 각사 상황에 맞게 제도를 적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시장 포화로 티빙과 시즌에 이어 추가 인수합병(M&A)이 일어나고 가입자 격차가 벌어지는 등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요금제나 계정 공유 제도를 변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나 해외 콘텐츠 독점 수급 시 자본력이 필수라는 점에서 K-OTT 역시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정 공유 금지 제도 도입은 넷플릭스가 OTT 시장 선도 사업자로 갖는 지위를 활용한 결정”이라며 “해외에서 제도를 테스트한 다음 확대 적용해도 가입자 증감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후발주자인 국내 OTT 사업자는 계정 공유 금지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본 다음 적용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