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의무휴업제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는다. 전국에 딱 한 곳 예외가 있다. 울산 울주군이다. 울주군은 의무휴업 조례가 없다. 지역 내 메가마트와 GS슈퍼마켓 모두 연중무휴 영업한다.
이곳도 한 때는 의무휴업 규제 움직임이 있었다. 2017년 울주군의회는 대규모점포 의무휴일 지정을 담은 조례안을 검토했다가 보류했다. 의무휴업 도입을 막은 것은 지역 주민이다. 실효성이 떨어지고 주민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 심사 당시 군의회 홈페이지에는 의무휴업을 반대하는 글이 수백건 쇄도했다. 한 주민은 “맞벌이 부부라 주말에 장을 몰아 보는데 휴업을 하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다른 주민 역시 “울주군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는 나름의 특색으로 각자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군민의 불편함을 볼모로 잡는 의무휴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 소비자라고 생각이 다르지 않다. 의무휴업 규제는 10년간 지속됐음에도 소비 위축과 생산성 저하, 규제 형평성 논란 등 역효과만 초래했다. 입법 목적인 전통시장 활성화는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 들어 해묵은 규제 족쇄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정부와 대형마트, 중소유통업계는 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상생 협약을 체결했고, 대구는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어렵게 첫 물꼬를 튼 만큼 규제 완화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공산도 커졌다.
의무휴업 규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각 지역 상황에 맞춰 휴업일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구시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해 마트노조는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규탄한다. 그러나 의무휴업 규제 완화는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마트 규제로 인한 소비 위축과 산업 침체로 50개가 넘는 점포가 문 닫았다.
대형마트 폐점은 누군가에겐 생업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고 폐지한다 해도 근무 시간이 늘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된다. 근로자 휴식권은 유통법이 아닌 노동법으로 지킬 수 있다.
기업들도 규제 완화가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대·중소유통 상생협약이 첫 단추다. 대형마트는 중소유통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화 촉진을 지원하고,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 및 마케팅·홍보, 시설·장비 개선 등을 종합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포인트를 온누리상품권과 연계하거나 전통시장 고객을 위한 마트 주차장 공유 등을 통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그간 유통 정책은 산업의 진흥과 성장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단편 규제와 소상공인을 위한 시혜성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의무휴업 규제 완화는 소상공인에게 근본 성장책을 제공하고 유통산업의 구조 발전을 이끄는 첫걸음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